주말 부부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다 보면 평소 보지 못하던 새로운 걸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딸아이를 보면 더욱 그런데요. 하루에도 아침과 밤이 다를 정도로 쑥~쑥~자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신공을 보여주곤 합니다.
아래 영상은 지난 번 만났을 때 찍은 화면인데요. 식사를 하던 중 녀석이 갑자기 젓가락을 달라 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포크와 숟가락을 쓰고 있는 데 말이지요. 저는 또 다시 밥이 여기저기 떨어질 것을 예상. 그냥 숟가락으로 먹으라 했지만 녀석은 당연히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젓가락을 획득하였습니다.
오호,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겨우 22개월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제대로 젓가락질을 배운 적도 없는데, 나름 젓가락질을 하는 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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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젓가락질을 시도하는 딸 이제 22개월 밖에 안된 녀석이 아빠, 엄마를 따라 젓가락질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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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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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 말이지요. 아내의 대답을 들으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둘이서 식사를 하는 데, 어느 날 갑자기 젓가락을 달라 조르더랍니다. 그러더니 엄마가 하는 걸 보고 혼자 이래저래 낑~낑~ 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숙하긴 하나 나름 시늉을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모방하기 시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진다는 건 자아가 형성되어 사회성이 길러지는 과정입니다. 건강히 잘 자란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어 억지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엄마, 아빠를 보고 흉내내며 혼자 뭔가 해내려 한다는 게 기특하기도 합니다.
엘빈 토플러는 "젓가락질을 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 역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강한 이유 중 하나로 젓가락 문화를 들기도 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은 일찍이 "찔러서 먹는 공격적인 포크에 비해 다치지 않게 집는 정적이고 평화적인 젓가락 문화의 발견은 나의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 젓가락질 교육은 30여개의 관절과 60여개의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당연히 대뇌에 자극을 주게 되겠지요. 이 밖에도 근육 조절 능력, 작은 물체를 집는 협응력, 집중력 등 중요한 두뇌 능력이 일상적인 젓가락 동작을 통해 얻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직업특성상(강사) 교육관련 사이트나 잡지를 자주 보곤 합니다. 요즘은 우리 애 때문에 육아잡지나 블로그를 자주 보곤 하는데요. 그동안 많은 자료를 보고, 교육계에 종사하며 -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할 순 없으나- 대개 24개월을 전후하여 우리 아기 젓가락질 교육을 시작하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쯤이면 아이들이 자연스레 젓가락질 모방을 시작하고, 부모님과 일정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주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개 부모님들은 자기 자녀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려"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곁길로 빠지는 얘깁니다만, 함께 근무하던 아주 좋은 평가를 받던 선생님 한 분 아이가 저희 학원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아이를 직접 지도하지 않고 제게 맡기더란 겁니다.
이유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자신은 도저히 자기 애를 못 가르치겠다는 겁니다. 평소 다른 아이들 같으면 충분히 기다리고, 설명하며 쉽게 지도해나갈 것도 자기 자식한테는 안되더라는 거지요.
사실 부모님들을 보면 대개가 다 그렇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제 경험으로는 기대감에 따른 조급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도 모르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고,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는 거지요.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바로 이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와 부모님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이지요. 역효과만 날 수 있습니다. 자기 자녀를 지도할 때는 한박자 느리게 간다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서로 힘들지 않고, 교육효과도 높일 수 있습니다.
영유아 시기의 적절한 지도법은 역시 "놀이"를 통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젓가락질에 바로 들어가기 전에 예쁜 색이 있는 사인펜이나 막대 등을 통해 큰 물건이나 장난감을 옮겨보는 거지요. 그 밖에 판을 긁으며 소리를 내보거나, 음악에 맞춰 강마에가 된 듯 지휘를 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젓가락에 고리를 넣어보는 것도 좋구요.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는데요. 이쯤 되는 아이들은 금방 지루함을 느끼며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지금 하는 놀이가 재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의성어나 표정을 풍부하게 사용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저희 애 젓가락질 교육을 조금 더 있다 할 생각인데요. 그 기간도 상당한 여유를 둘 것입니다. 몇 년에 걸쳐 할 것이니 말이지요. 가장 주된 방식은 제 자신의 올바른 식습관과 젓가락질을 통해서가 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재교육이니 뭐니 해서 수십, 수백만원 호가하는 유치원 등을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부모님의 삶 자체와 일상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