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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연습용으로 쓰기 위한 것

 

.. 한 장은 연습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그것을 잘 옮겨 쓰기 위한 것이다 ..  《조반니 모스카/김효정 옮김-추억의 학교》(우리교육,2004) 45쪽

 

 “쓰기 위(爲)한 것이고”는 “쓰는 종이이고”나 “쓰고”로 손보고, “옮겨 쓰기 위(爲)한 것이다”는 “옮길 때 쓴다”나 “옮겨적을 때 쓴다”로 손봅니다.

 

 ┌ -용(用) : ‘용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 사무용 / 업무용 / 연습용 / 영업용

 ├ 용도(用途) : 쓰이는 길. 또는 쓰이는 곳

 │   - 용도 변경 /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 용도에 따라 구분하다 /

 │     용도에 맞는 연장을 사용하여야 한다

 │

 ├ 연습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고

 │→ 연습하려고 쓰고

 │→ 연습할 때 쓰고

 │→ 연습으로 쓰고

 └

 

 ‘용도’를 뜻한다는 뒷가지 ‘-用’인데, ‘용도’란 “쓰이는 길”이나 “쓰이는 곳”을 가리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쓰임새’예요. 그러면 뒷가지 ‘-用’이란 “쓰임새가 있는 (무엇)”을 가리키는 셈이고, 이와 같은 씀씀이라 한다면, 토박이말 ‘-씀’이나 ‘-쓰는’을 뒷가지로 삼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사무용 → 사무에 씀 / 일할 때 씀 / 일하며 씀

 ├ 업무용 → 업무에 씀 / 일할 때 씀

 ├ 연습용 → 연습에 씀

 └ 영업용 → 영업에 씀 / 장사에 씀

 

 다만, ‘사무용’이나 ‘업무용’이나 ‘연습용’ 같은 말투에 ‘-씀’과 ‘-쓰는’을 뒷가지로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여느 한자말이 앞에 붙어도 나쁘지 않지만, ‘사무-업무-연습-영업’을 비롯한 숱한 한자말은, 한자말 뒷가지인 ‘-用’이 한결 어울리거든요. 아예 앞말까지 다듬어 내거나 털어 내어야 비로소 뜻을 헤아릴 수 있고,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앞말은 그대로 둔 채 뒷가지만 손질할 수 없어요.

 

 ┌ 용도 변경 → 쓰임새 바꿈 / 쓰는 곳 바꾸기

 ├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 자기 일로 쓰다/ 자기 마음대로 쓰다

 ├ 용도에 따라 구분하다 → 쓰임새에 따라 나누다

 └ 용도에 맞는 연장을 사용하여야 → 쓰임새에 맞는 연장을 써야

 

 한편, 우리 스스로 ‘쓰임새’나 ‘씀씀이’ 같은 토박이말을 알뜰살뜰 살려쓰면서 구태여 ‘용도’ 같은 한자말이 쓰일 일이 없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면 한결 반갑겠습니다. 어느 한쪽으로만 잘 살려서 쓰는 우리 말이 아니라, 이쪽저쪽 두루 살피고, 이곳저곳 깊이 헤아리는 우리 말 씀씀이로 거듭날 수 있으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ㄴ. 대중용

 

.. 나는 활동에 관한 대중용 홍보 자료를 제작하기 위해 히라마츠 교수에게 항생제가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물었는데 ..  《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16쪽

 

 “활동(活動)에 관(關)한”은 “어떻게 일할지를 다루는”이나 “어떤 일을 할지를 담은”으로 손봅니다. “홍보(弘報) 자료를 제작(製作)하기 위(爲)해”는 “알릴 자료를 만들려고”로 다듬고, ‘사용(使用)되는지’는 ‘쓰이는지’로 다듬어 줍니다.

 

 ┌ 대중용 : x

 ├ 대중(大衆) : 수많은 사람의 무리

 │

 ├ 활동에 관한 대중용 홍보 자료를

 │→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람들한테 알릴 자료를

 │→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가 사람들한테 보여줄 자료를

 │→ 우리 일을 사람들이 알도록 할 자료를

 │→ 사람들한테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릴 자료를

 └ …

 

 대중용 홍보 자료라 한다면, “대중한테 뿌릴 홍보 자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한테 나눠 줄 홍보 자료” 말입니다. 이러한 자료는 대중이 ‘알아듣기 쉽도록’ 엮어야 합니다. 홍보 자료도 쉽게 엮고, 신문기사도 쉽게 쓰며, 책 또한 쉽게 묶어내어야 합니다. 굳이 어렵게 엮거나 쓸 까닭이 없습니다. 쉽게 쓰면 될 말을 어렵게 빙빙 돌리거나 비비꼬아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넉넉한 말이라면 한 마디만 해 주고, 두 마디로 넉넉할 말이라면 두 마디로 해 줍니다. 우리가 예부터 오래오래 손쉽게 두루 써 오던 말투가 있다면, 이러한 말투를 살뜰히 보듬으면서 우리 생각과 넋을 언제까지나 튼튼하고 싱그럽게 이어지게끔 마음을 기울여 줍니다. 말에 담는 얼이 아름답도록, 글에 싣는 뜻이 따뜻하도록, 언제나 애쓰고 힘을 써 줍니다.

 

 

ㄷ. 면피용

 

.. 거리 또는 매스컴에 나와 가시 같은 말을 토해냈던 시민단체에서 2명을 면피용으로 배치했던 것이다 ..  《박병상-녹색의 상상력》(달팽이,2006) 89쪽

 

 “가시 같은 말을 토(吐)해냈던”은 “가시 같은 말을 쏟아냈던”이나 “가시 같은 말을 뱉어냈던”으로 다듬고, ‘2명(二名)’은 ‘두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배치(配置)했던 것이다”는 “두었던 셈이다”나 “둔 셈이었다”로 손질합니다.

 

 ┌ 면피용 : x

 ├ 면피(免避) : 면하여 피함

 │   - 집안의 독촉에서 면피하기 위해 / 갑작스러운 사고를 면피할 수 있었다

 ├ 면피(面皮) = 낯가죽

 │

 ├ 면피용으로 배치했던

 │→ 허울 좋은 껍데기로 두었던

 │→ 허울 좋게 두었던

 │→ 모양새만 좋게 꾸민

 └ …

 

 보기글에 나온 ‘면피’는 어떤 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낯가죽’이 아닌 ‘면하여 피함’을 뜻하는 말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뜻이나 쓰임, ‘면하여 피함’을 가리키는 ‘면피 + 용’이라 한다면, “허울 좋다”나 “모양새뿐이다”나 “껍데기뿐이다”나 “겉치레일 뿐이다”나 “껍데기만 좋다”나 “달콤한 사탕발림이다” 같은 말로 풀어낼 때가 한결 낫지 않으랴 싶습니다. 속알을 가꾸거나 보듬지 않는 가운데,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과 느낌을 나타내는 알맞는 말투를 찾아보면 좋지 않으랴 싶습니다.

 

 ┌ 집안의 독촉에서 면피하기 위해 → 집안 독촉을 벗어나려고

 └ 사고를 면피할 수 → 사고를 벗어날 수 / 사고가 안 날 수

 

 좀더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 허울만 좋은 일은 ‘터무니없다’고 느껴지곤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이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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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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