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위기다. 언론은 연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한다. 작년 1월 대비 올 1월 수출이 32.8%이나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인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여 청와대 지하 벙커 안에 '워룸'까지 만들어 놓고 '경제'를 외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바쁘지만 용산철거민 참사에서 보듯이 서민들과 약자들은 기댈 곳 하나 없다.
지금 우리는 시장만능주의와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본주의에 빠져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구조이다. 자본은 갈수록 배를 부르지만 노동자 삶은 팍팍해진다.
과연 대안은 없는가? 여기 김수행 교수가 있다. 지난 해 2월 정년 퇴임하기까지 20년간 서울대에서 강의한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66)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를 만나 나눈 대화를 모은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세계 경제 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과 견줄 만큼 위기라고 하는데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적 생산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공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토대로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은 시장만능주의 같은 경제로는 해결 방법이 없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주류경제학은 공황이론이 없다. 그러니 현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아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시장만능주의와 맹신주의에 빠져 모든 것을 시장에 맞기면 된다는 주장을 했지만 지금 세계 경제는 한쪽은 부가 흘러 넘치고, 한쪽은 배고픔과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른바 ‘새로운 사회’다. 새로운 사회란 "양극화 해소→ 내수기반 확충→ 경제의 안정적 성장→ 인권유린과 증오 해소→ 사회적 타협의 확대로 나아가는 것이 유럽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을 제시한다.
이는 미영식 자본주의 곧 "자신들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올리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줄이고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해 점점 더 야만적인 사회를 만들어 온" 길과는 다르다. 자본과 시장에 모든 것을 맞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경제체제, '계획참여 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다든지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힘을 모아서 이 사회에 대해서 도전을 해야 하고, 그것을 지식인들과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66쪽)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맞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김수행 교수는 "스웨던은 정부가 산림보호 요원, 폐수관리와 환경관리 요원을 양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자리를 통하여 앞으로 닥칠 엄청난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돈은 더 적게 들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요, 새로운 사회다.
아이들 보육하는데, 환자를 돌보는 일이나 늙은이를 돌보는 일에 인력을 투입. 실업을 한 사람들을 교육시켜서 다른 직업을 얻도록 도와주기도 하구요, 이렇게 국내시장을 성장 시키니까 그 나라들은 경제성장률도 올라가면서 복지도 잘 되죠. 이게 같이 가는 거예요. 복지와 성장,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하는 겁니다.(155쪽)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만 한다.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비교적 노동자와 서민들을 생각했던 노무현 정권마저 성장을 통한 복지를 지향했다. '파이'를 키워야만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논리다. 한미FTA 비준되면 더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살 있다고 하는 논리와 같다.
이에 대하여 김수행 교수는 이런 논리는 재벌만 더 배부르게 할 뿐 서민들 배는 채워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규제를 풀어 재벌과 다국적 기업을 배불리게 하지만 그 부는 자본가들에게 갈 뿐, 서민들에게는 오지 않는다. 이런 재벌 독점을 깨야만 진정한 민주화 사회라고 까지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재벌이 모든 걸 독점하고 있는데, 시장에 맡겨버리면 어떻게 국부가 증진되겠어요? 독점하고 있는 놈들만 배부르게 되는 거죠 바로 이점이 애덤 스미스와 시장주의자들과 근본적인 차이입니다.(168쪽)
한국 경제는 수출이 아니면 살아갈 방법이 없는가? 김수행 교수는 "'우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방식의 경제를 운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고 말해 우리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를 개혁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시장과 개인에게만 맞기거나, 수출만 살길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일자리는 4대강 정비 같은 삽질이 아니라 환경과 보건, 교육 따위 무궁무진한 진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수기반을 튼튼히 할 때 새로운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
이런 사회를 위하여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필요하다. 지휘자가 착취와 기능이 결부되지 않고, 오케스트라 구성원 모두를 하나되게 하는 일이다. 과연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대한민국 지도자는 없는가? 모든 구성원을 더불어 살게 하는 지휘자는 없는가? 솔직히 현재 지도자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를 덮어면서 느낀 답답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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