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의원) 주최로 5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방향모색을 위한 토론회'.
토론회는 2시 10분께 시작됐지만 사회자인 이창근 광운대 교수는 오후 2시 50분이 되어서야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지성우 단국대 교수의 발제가 이미 끝났어야 할 시간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인사말에 40분 소요
본격적인 토론회 전 40분 정도는 한나라당 의원 소개 및 인사말에 할애됐다. 우선 정병국 위원장을 비롯, 고흥길 국회 문방위 위원장, 나경원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 허원제 손숙미 정미경 조윤선 이한성 의원 등이 줄줄이 소개됐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경재 의원 등 '지각자'들에 대한 소개도 빼먹지 않았다.
연단에 차례로 오른 한나라당 인사말은 주로 야당 등 미디어법 반대론자들을 비판하는 '연설'이었다. 정병국 홍준표 고흥길 나경원 의원이 차례대로 야당을 성토했다.
정병국 위원장의 발언을 모두 받아치니 A4용지 한 장이 조금 넘었다. 정 위원장은 "한정되어 있는 방송 시장, 이걸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이냐는 부분이 우리의 과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며 기술발전에 대한 산업적 효과를 발목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당일 때는 다수 힘에 의해 논의를 원천봉쇄하더니 이제 아예 상정을 안 하려고 한다. 그때도 대안 안 내놓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간다고 한다. 이해가 안 간다. 여당 때는 힘의 논리로, 야당 때는 폭력으로 막고 있다. 그리고 공영방송법 준비한다고 하니까 민영화 수순이라고 한다. 이미 특위도 정부도 당에서도 발표했다. 민영화 안 한다. 억측과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미디어 환경 빅뱅에 순응해야 한다."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민영화가 아니"라며 "방송통신융합시대에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 조속히 법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도 "국회 상임위원장은 양 당의 입장을 조화시켜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자리지만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국민의 이익과 미디어 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반대 주장 무시할 수 없지만 (반대파의 주장에) 복종하고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대자본의 방송 진입 문을 열면서 방송산업 전체에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하루속히 국회에 상정해 논의해야 하며 야당 의원들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오늘 토론회의 결론으로서 우리 KBS가 영국 BBS보다 좋은 방송으로 될 수 있는 결론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야당에게 "빨리 상정할 것, 대안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행사 초반에 자리를 떴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정병국 위원장이 유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삿말로 토론 예정시간의 절반이 지나자 정작 중요한 발제는 짧게 끝나야했고 사회자와 다섯 명의 토론자도 덩달아 시간에 쫓겼다.
'공영방송법' 뼈대도 없는 김빠진 토론회
이후 토론회가 열렸지만 이마저도 다소 김이 빠진 상태로 열렸다. 주최측인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의원)가 배포한 자료에는 '이제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줄 때입니다'라고 써 있었지만, 정작 특위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공영방송법'의 뼈대를 내놓지 않았다.
정병국 위원장도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자리는 공청회가 아닌 토론회"라며 "아직 우리 당은 어떠한 안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선재 KBS 대외정책팀장은 "'공영방송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서 오늘 (한나라당의) 법안이 나오지 않나 했는데 그렇지 않아 일반적 차원의 토론만 진행하게 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지성우 단국대 교수는 공영방송 조직 구성의 원칙을 대표성, 전문성, 독립성이라고 꼽았다. 공영방송의 의사결정기관 구성원은 ▲ 사회적 제 세력간 대표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하며 ▲ 인적 물적으로 내외부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공영방송법 입법 쟁점으로 ▲ 공영방송의 정의 범위 문제 ▲ 공영방송위원회(가칭) 설립 여부 ▲ 공영방송위원회(가칭)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관계 설정 ▲ 공영방송 및 공영방송위원회(가칭)의 재원 ▲ 수신료 인상 문제 등을 들었다.
"MBC의 경우 소유구조는 공적이나 재원구조가 민영적이라는 점에서 법 제정시 이 법의 적용범위에 속하게 될 것인가",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방통위와는 별개로 공영방송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것인가", "만일 설치한다면 방통위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안정적 재원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신료 인상을 어떤 식으로 이룰 것인가" 등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재원구조가 민영적'이란 표현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문장"이라며 반박했다.
"재원 구성에 있어, 광고가 핵심요소라는 점이 공영방송 범주에서 제거해야 하는 요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비학술적, 정치적 선동이다. 현재 KBS의 경우 수신료가 40% 미만이고 나머지는 거의 광고로부터 재원을 확보한다. 광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KBS가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할 수 없듯, MBC의 경우 기타 재원이 20% 전후, 광고매출액이 80%를 상회한다고 해서 공영방송 범주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양 소장은 "공영방송의 정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영방송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공영방송 KBS MBC EBS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MBC의 경우 1~3안까지 선택지를 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영방송위원회(가칭)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정치적 독립성 확보 방안 중 하나로 공영방송위원회를 상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를 (구) 방송위원회처럼 민간독립기구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는가. 현재 방통위 위원장에게 지나칠 정도로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사실상 청와대의 방침을 집행하는 집행기구로 전락해 있다. 위원장 권한을 (구)방송위처럼 1/n로 축소하는 법 개정을 상정해야 한다."
현재 방통위 체제를 손 보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선재 KBS 대외협력팀장은 "17대 때 한나라당이 추진한 것 중 KBS 예산을 국회가 승인하도록 한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과 KBS 내부에서도 반대했다"면서 "예결산권의 경우 위상을 강화시킨 규제기구가 맡아야 하며 새로운 입법 과정에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수신료 비율에 상한선을 둔다면 대체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안정적 운영은 불가능하고 자구노력을 하더라도 별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재 수신료 근거가 'TV수상기'라고 되어있는데 지금 TV를 수상기가 아닌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PDP 등 'TV수신기기'라는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마무리된 뒤 정병국 위원장은 "대부분 공영방송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면서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차원의 안을 만들어보겠으며 그 후 공청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하지만 2월 안에 발의한다는 일정은 없다"면서 "절차적 합의가 모두 이뤄지면 제출할 생각"이라고 말해 2월 입법 추진 대상에 공영방송법은 생각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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