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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4월 9일 18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를 찾아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9일 18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를 찾아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권우성

정동영 전 의원이 전주 덕진에서 치러질 보궐선거에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만약 그가 출마한다면 당선여부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정 전 의원의 의도와 목적이다. 당에 기여하려 한다는 식의 표면상 이유 말고 진정한 그의 속내 말이다.   

 

원외에서도 당을 도울 길은 얼마든지 있다. 여당의 당의장을 지냈고 비록 참패하기는 했지만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거물이 고작(?) 국회의원을 하려고 정계에 복귀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도 땅 짚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정 전의원의 복귀 목표는 당권과 대권 획득에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내 진출은 이를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도 우와좌왕하고 있고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객관적인 조건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객관적 조건만 놓고 보면 정 전의원이 원내로 진출해 민주당의 대선후보만 된다면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눈을 민주당과 정 전의원에게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은 지 오래건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정 전 의원의 경우는 더욱 참혹하다. 잠재 대선 후보군 가운데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정 전 의원의 지지율 격차는 평가가 무색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이 총선에서 패한 이후 적지 않은 시간동안 정계를 떠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 전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정책적 차이는 민주당의 생각만큼 크지 않고 정 전 의원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국민들에게 와닿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재수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재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정 전 의원에게는 DJ가 가지고 있었던 비전과 핵심지지층과 카리스마 가운데 어느 것도 없다.

 

정 전 의원의 정계복귀는 민주당에도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게하는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니라 민주당을 환골탈태하는 뉴보이들의 출현이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고 장강의 앞 물결은 뒤의 물결에 밀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동영 전 의원이 귀담아 들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와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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