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도 연 날릴래.”
“야. 너 못 날리잖아?”
“아냐. 나도 해볼래.”
“잠깐. 자 시작해. 야, 감아 감아 빨리 감아라니까.”
“연이 정말 멀리 나네.”
"처음인데도 잘하네!"
연을 날리는 서재진(10)ㆍ선경(8) 오누이의 대화입니다. 긴장감이 돌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서재진 군은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면 꼭 내가 나는 것 같아 좋다”고 합니다. 연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아이에게서 꿈과 희망을 봅니다.
달집태우기는 마을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몸짓
“우리 가정 화목하게 해주세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이하 여사연)가 8일 여수시 석창 들녘에서 개최한 제7회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되는 소원 쓰기 내용입니다. 역시, 소원 빌기에서 ‘가정 화목’은 빠질 수 없는 희망입니다.
소원 쓰기를 진행하는 정광석(45) 씨에게 “가정 화목과 경제 회생 염원이 많다”며 “특이하게 ‘전쟁 안 일어나게 해 달라’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1월에 터진 이스라엘 분쟁이 눈에 밟혔나 봅니다.
여사연 이무송 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올해는 석창 삼동 마을이 곧 이주될 예정이라 공동체 일원을 떠나보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주삼동 들녘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전국적으로 8만6000여개 마을 중 시골에만 3만5000여개만 남았다”며 “마을이 사라지면서 우리네 전통 생활공간과 전통 가치가 함께 사라지고 있어, 마을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몸짓이다”고 덧붙입니다.
달집에 불이 활활 타고, 각자 소원 빌어
정월대보름 행사는 풍년과 길흉을 점치며 액운을 태우는 풍속입니다. 달집태우기는 보름달 달맞이를 위해 언덕이나 마을 마당에 큰 기둥을 삼각으로 세우거나 움막형으로 대나무를 엮어 속에 나무나 짚을 넣고 폭음이 나도록 대나무를 넣어 달집을 만듭니다.
달집에 불이 활활 타고 죽포(竹砲)가 터지면 신나게 춤을 춥니다. 또 달집을 태우며 달에게 절을 하고, 소원을 빌며 풍년과 마을 번영을 빕니다. 달집이 잘 타고 불빛이 밝으면 풍년이 들고, 마을에 탈이 없으며, 더위와 부스름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기만 나고 꺼지면 흉년이 든다고 합니다.
정월 대보름에 빠지지 않는 게 부럼이지요. 부럼은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는 의미에서 밤ㆍ잣ㆍ호두ㆍ땅콩 등을 먹고는 치아와 몸 건강을 빌었지요. 그리고 귀가 밝아지고 눈이 잘 보인다는 귀밝이술….
쥐불놀이에 대한 아픈 추억으로 액땜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최고는 쥐불놀이였습니다. 쥐불놀이에 대한 추억은 제게 썩 좋지 않게 남아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1970년대 초, 돌리던 깡통이 성에 차지 않은 형이 그만 기름드럼통에 불을 질러 온몸이 홀라당 탄 기억 때문입니다.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지요. 부모님 정성으로 화상 상처는 말끔히 치유되었지만 이후 쥐불놀이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큰 액땜이었지요.
올 한 해 모두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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