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9일 오전 11시 40분]"화재 발생 원인은 화염병이고, 경찰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 검찰이 9일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건과 관련해 철거민 20명과 용역직원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논란이 됐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생존권 투쟁을 벌인 철거민들이 사건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썼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검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는 9일 브리핑에서 "농성자 전원이 점거농성 현장에서 복면·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화염병 투척 등을 사전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만큼 구체적 행위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각종 범법 행위에 대해 전원 공범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철거민 농성자 전원을 폭력행위 및 화염병 사용, 일반건조물 방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의 죄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명 사망 화재, 농성자의 화염병이 원인"
검찰은 남일당 빌딩 옥상 망루에 있던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농성자들이 망루 4층 계단 부근에서 망루를 해체하는 경찰을 향해 시너를 대량 쏟아부은 후 4층에 있던 농성자가 망루에 진입한 특공대를 막기 위해 화염병을 아래로 투척, 망루 내부 3층 계단 부근에 화염병이 떨어져 발화됐고, 화염병에서 발화한 불꽃이 계단과 벽면에 묻어있던 시너에 옮겨 붙은 후 불똥이 1층으로 흘러내려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경찰과 사자후TV가 촬영한 동영상들을 비교해한 결과, 농성자 일부가 20일 오전 7시19분께 망루 4층에서 함석 재질로 된 망루의 벌어진 틈으로 수상한 액체를 투기하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이 액체가 물포에서 나온 물이 아니라 시너 또는 유사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이라는 얘기다.
특히 검찰은 사망자 6명의 피해를 일으킨 화재 원인이 화염병에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 농성자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실시했지만 화염병 투척자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전철연의 개입 여부도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용산철대위가 전철연에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진압준비 부족했지만... 형사책임 묻기 어렵다"
한편, 검찰은 "진압 과정의 경찰 준비가 부족하고 미숙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화재원인이 농성자에게 있는 만큼 경찰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경찰특공대 투입 시기를 놓쳐 시민 피해가 확산됐다면 시민의 안전과 책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급박한 불법상황을 해결해야 할 경찰이 작전 수행 과정에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선택할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경찰의 합목적적인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으로 인해 총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보다 더 큰 피해를 미리 '가정'하고 진압 작전의 정당성을 옹호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진퇴 논란에 휘말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참사 전날 오후 1시30분경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직접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가 일선 지휘관들의 보고만 수동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방문해 특공대 조기 투입의 정당성 여부를 살핀 것이 확인된 것이다. 김 내정자의 현장 방문으로 인해 그가 참사 당일 무전기를 꺼놓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많이 잃게 됐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책임 추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였던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 진압' 작전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만 용역업체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검찰은 MBC <PD 수첩>이 보도한 1월 19일 오전 용역업체의 '물포 분사'와 관련해 H건설사업 본부장과 과장을 폭력행위 처벌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이튿날 새벽 건물계단에서 불을 피운 또 다른 건설사 직원 4명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일 새벽 'POLICIA' 방패를 들고 진압 경찰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촬영된 3명에대해 검찰은 "용역업체 직원이 아니라 세입자들"이라며 진압 작전과의 무관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