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은 술마신 뒷날 속풀이로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그럼 해장국은 술꾼만 먹는 음식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집은 술마시는 집이 아니지만 해장국을 많이 해 먹습니다. 저와 아이들 모두가 얼큰한 국물 맛과 함께 뼈에 붙은 살을 뜯어 먹는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우리 가족은 설과 추석만 되면 돼지를 잡습니다. 몇 Kg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돼지를 잡는 것이지요. 동생네 처가와 한 마리를 잡아 반 마리씩 나누지요. 얼마나 돼지 고기를 좋아하는지 보름만 지나면 돼지 반 마리를 다 먹어버립니다.
오늘 우리 집은 마지막 남은 뼈다귀로 해장국을 만들었습니다. 음식 맛은 재료에 달려 있습니다. 싱싱한 뼈다귀가 뼈다귀 해장국 맛을 결정하지요. 일단 집에서 직접 잡은 돼지이자, 흑돼지라 신선도와 원산지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
뼈다귀는 뼈와 살점 사이에 있는 피를 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피를 잘 빼야 국물맛이 시원합니다. 피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시원한 국물 맛을 낼 수 없지요. 피를 빼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물에 담가야 합니다. 핏물 제거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물을 담그는 것만으로는 핏물이 다 빠지지 않습니다. 조금 남은 핏물을 완전히 빼기 위해서 한 번 끓어야 합니다. 한 번 끓인 후 된장을 넣고 다시 끓입니다. 다른 집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된장으로 뼈다귀 해장국 간을 맞춥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지요. 된장으로 하면 돼지 특유의 냄새도 제거됩니다.
된장을 넣고 끓인 뼈다귀에 콩나물과 파, 묵은지를 넣고 다시 끓입니다. 뼈다귀 해장국를 끓일 때 중요한 것은 별다른 재료가 필요 없습니다. 많은 재료를 넣으면 뼈다귀에서 우려나온 국물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입맛에 따라 여러 재료를 넣을 수 있지만 많이 들어간 것보다 두 세 가지 재료만으로도 뼈다귀 해장국은 맛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이면 뼈다귀해장국이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뼈다귀 해장국을 보자 저녁이 아직 멀었는데도 배고프다가 빨리 밥을 먹겠다고 합니다. 맵거나, 짜지도 않는 뼈다귀 해장국은 우리 가족 일등 음식입니다. 혹이 정월대보름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