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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10년 전 처제에게 선물 받은 넥타이. 지금은 건강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넥타이10년 전 처제에게 선물 받은 넥타이. 지금은 건강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조금 있으면 학부모들이 자녀의 담임선생님에게 드릴 선물 때문에 고민하는 입학 철이 다가옵니다. 부모보다는 학생이 직접 만들거나 준비한 선물이 선생님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하고 기억에도 남겠지요. 
  
칭찬도 선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마디 말도 진심이 담기면 주고받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며 신뢰를 쌓이게 합니다. 선물 얘기를 하려니까,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다 잠들던 때가 떠오르는데요. 마음이 순수했기 때문에 기다렸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기 원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와 욕심꾸러기들은 특별한 날이 닥치면 무리한 선물을 원해서 주위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 청빈해야 할 고위공직자 중에는 선물인지 뇌물인지 구별도 못 하는 짝퉁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국가 경제를 좀먹는 것은 물론 우리 건강까지 해치지요. 뉴스 공간을 차지하면서 국민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선물? 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기뻐할 선물 찾기 어려워 

선물은 가정과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잘하면 생활에 활력을 넣어주는 보약과도 같지만, 잘못하면 뇌물이 되거나 시빗거리가 되어 가깝게 지내던 사이가 멀어지고 일생을 망치는 구렁텅이에 빠져들기도 하니까요.

82년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선물하고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몇 차례 봤습니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짧은 메시지와 오징어 두 마리를 선물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고, 비싼 타이프라이터를 선물하고도 다퉜던 적도 있습니다.

아내와 다투고 며칠 등을 돌리고 지내면서, 선물도 자기 분수와 상대방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통닭 한 마리면 될 것을 자기만족에 취해 축하받아야 하는 날 분위기를 망쳤던 것을 생각하면 함께 기뻐할 선물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제가 보내준 선물, 넥타이

딸아이가 고등학생 때인 10년 전 연말쯤 생각지 않은 선물보따리를 받았습니다. 처제가 보낸 종이상자였는데요. 아내와 딸, 제가 입을 옷가지와 장식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름난 의류업체 디자인실장으로 근무하던 처제는 샘플로 만든 옷을 외국출장을 다녀올 때 사온 선물과 함께 보내주곤 했거든요.

선물 상자에는 색상과 디자인이 다양한 옷들이 연말 분위기를 한층 돋우고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고르기 어렵다는 넥타이도 서너 개 있었는데요. 아내는 동생이 보낸 것이라며 자랑하듯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마음에 드는 게 많다면서 기뻐했습니다.

멋있는 옷들이 많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담이 되고 어떻게 답례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모던한 디자인에 산뜻한 색상의 반코트가 눈길을 끌었고, 몸에도 잘 맞아서 좋았습니다. 훗날 시야를 넓혀주고 생활에 용기를 준 선물도 있었는데요. 여러 가지 물감으로 모자이크를 해놓은 것처럼 화려한 넥타이였습니다.

동창회 모임에서 인정받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 넥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장을 할 때마다 10년이 지난 넥타이를 맵니다. 볼수록 세련미가 넘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 넥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장을 할 때마다 10년이 지난 넥타이를 맵니다. 볼수록 세련미가 넘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 조종안

이듬해 정월 어느 날 동창회에 가려고 양복을 입는데, 마음에 드는 넥타이가 없어서 편한 청바지를 입고 갈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젊어서부터 불편한 정장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청바지 차림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옷장에서 넥타이 하나를 꺼내더니 권하기에 너무 화려해서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색깔이 잘 어울린다면서 한 번만 매고 나가보라고 하더군요. 몇 차례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아내가 권한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라서 그런지 식당은 한가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고 술잔을 권했습니다. 지금이야 손자·손녀를 본 친구들도 많고 자녀 결혼 얘기가 화제에 오르지만, 10년 전만 해도 외환위기 탈피와 아이들 대학 진학문제가 주된 화제였습니다.

술잔이 두어 바퀴 돌아가면서 분위기가 익어 가는데, 말없이 듣고만 있던 친구가 손으로 저를 가리키면서 “야, ‘종아니’ 니 타이 색깔 정말 멋있다. 젊어 보이는데!”라는 말을 연거푸 하더라고요.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대화가 끊기면서 화제도 바뀌었습니다.

‘멋있고 젊어 보인다.’는 대목에 솔깃했는지 웃고 떠들던 친구들 시선이 저에게 쏠리면서 보물섬을 찾는 탐험대원들처럼 저를 훑어보더니, 메이커와 구입처를 묻더군요. 예술을 해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도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칭찬까지 해주었습니다.

오십을 넘겨서도 화려한 색상이 잘 어울리고 멋있다는 말에 자신감이 생기고 어깨가 으쓱해지더군요. 해서 내가 고른 게 아니라면서 매고 나오게 된 사연을 얘기해주었더니 친구들은 골라준 아내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정장차림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른 모임은 언제 있는지, 언제 누구와 만나는지 달력을 보며 외출하는 날을 확인할 정도로 넥타이를 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니까요. 사람들과 만나면 우회적으로 자랑했고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넥타이는 정장할 때 필요한 장식품쯤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제에게 선물을 받고 나서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분명한 사실은 좁았던 시야를 넓혀주었고,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워주었다는 것입니다. 

‘나이 학교’ 육 학년이 된 지금도 양복을 입을 때마다 10년 전에 선물 받은 화려한 넥타이를 거리끼지 않고 매는데요. 오래된 구닥다리 넥타이가 인삼·녹용이 들어간 보약보다 건강을 잘 지켜주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10년째 효험을 보고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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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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