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으로 근무하다보면 희한하고 특이한 사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 범죄 가운데 특히, 남자로서 가장 기분 나쁜 범죄 하나가 ‘바바리맨’들의 범죄행위를 뽑을 수 있을듯하다.
과거 바바리맨들의 경우에는 여고 앞에서나 자주 출몰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들의 범죄 유형도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한 여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녁 10시쯤 인천 소재 모 여고 2학년 교실에 들어가 자율학습을 하고 있던 고모 양과 고양의 여동생 앞에서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한 박모씨를 불구속 입건한 일이 있었다.
또한 광주에서는 엘리베이터 내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건도 있었다. 범인은 여성들만 승차하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승차한 뒤 음란행위를 했던 것이다. 당시 경찰은 엘리베이터 내 CC-TV를 분석해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탐문수사를 벌여 검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더욱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휴대전화로 여성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음란행위를 하던 한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범인은 동사무소에 접수된 대형폐기물배출 신고접수증에서 여성들의 전화번호만을 골라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시도해 연결되면 음란행위 등을 보인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강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담당형사와 오늘 통화를 했다. 담당형사는 "당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일반적으로 학교 앞에서나 등장하는 바바리맨이 휴대전화로 음란행위를 시도했다는 최초 신고가 왔을 때는 상당히 당황했다"고 말한다.
당시 범인은 카메라를 통해 비쳐진 상대 여성의 외모가 자신의 마음에 들 경우에는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음란행위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잊혀질만하면 걸려오는 음란전화 때문에 정신적인 피해로 괴로워했다.
이처럼 요즘에는 '바바리맨'들의 범행이 대담해지고 섬뜩하다. 그렇다고 피해 여성들이 범죄현장에서 놀란 나머지 급하게 현장을 벗어나거나 도망을 간 뒤에 범죄 신고를 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서울영등포경찰서 관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적이 드문 아파트 단지 공원 모퉁이에 숨어서 여성 혼자 지나가는 대상을 찾아 음란행위를 할 목적을 가진 김씨가 있었다.
그는 마침 지나가는 여성에게 음란행위를 보이는 범죄를 저질렀다. 보편적으로 '바바리맨'들은 피해 여성이 놀라 당황하고 도망가는것에 성적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성적 수치심을 피해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피하려다 순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
당시 여성은 얼굴 부분을 심하게 다치게 됐고 치아도 두개나 골절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인 것은 피해자가 그런 상황에서도 바로 지구대를 찾았고 범인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당시 지구대 경찰관들은 사복을 입고 범행 현장 주변을 수색하면서 잠복에 들어갔고 결국 범인은 한 시간여 만에 주변에서 검거됐다.
여성들은 이와 같은 사례를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피해 여성이 무작정 현장을 피하려다보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바바리맨'들은 자신만의 범행 장소를 골라 그곳에서 자주 범행을 하게 된다. 또한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 앞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도망가기도한다. 그런 만큼 무작정 현장을 피하기보다는 조금은 당당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보통 '바바리맨'들의 경우에는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로 처벌받는다. 음란한 행위란 '성욕의 흥분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짓으로 일반인으로 하여금 수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성교행위는 물론이고 음부를 노출한 것도 음란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수치 혐오 감정은 실제로 이것을 느끼게 했느냐 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일반으로 하여금 그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행위면 충분하다고 법률은 규정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은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바바리맨'들의 범죄 행위가 날로 대담해지고 지능적인 유형까지 나타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범죄 현장을 황급히 도망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증거가 될만한 내용을 확보해야한다. 또한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안전하게 대피한 후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해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대처가 뒤따를 때 이 땅에서 다시는 '바바리맨'들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다음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policepr)에도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