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대화① |
(중3딸) 엄마는 미성년자가 야동 볼 권리가 있다, 없다, 어느 쪽이야? (마흔 한살의 엄마) 음........ 왜?
(중3딸) 오늘 토론이야.
(엄마) 엄마는 권리가 없다에 한표.
(중3딸) 근거는?
(엄마) 어른들도 야동보고 중독되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가치 판단력이 낮은 상태에서 더 중독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초5학년 딸) 어리다고 지금 우릴 무시하는 거야?
(중3딸) 해주야, 그건 아니다.
(엄마) 넌 무슨 말만 하면 무시한다고 하냐? 한길이(큰딸) 니 생각은 어때?
(중3딸) 난 반반. 야동을 볼 권리가 있다고 하기도 그렇고, 또 없다고 하자니 그렇고.
(엄마) 야동도 그렇고, 요즘 너희한테 유행하는 연애소설도 그렇고, 문제는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성을 바라보고 왜곡한다는게 문제야. 미성년자들이 그런 야동을 보면 여성들이 다 저럴거라고 착각하거든. 엄청난 왜곡이지.
(초5학년 딸) 뭐야? 그럼 엄마도 봤다는거야?
(엄마) 아휴, 진짜! 너 조용히 좀 해. 근데 한길아, 오늘 그 수업할 때 야동 사이트 좀 알아와.
(중3딸) 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 야! 수업할 때 샘한테 은근히 물어봐.
(중3딸) 뭐하게?
(엄마) 그냥 알아오라면 알아와.
(중3딸) 왜, 보게?
(초5학년 딸) 엄마 변태!!!
(엄마) 야? 넌 뭘 안다고 변태라는거야? 엄마는 다 교육적 차원에서 알아오라는 거지.
(초5학년 딸) 잘한다, 불교 신자가 돼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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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에 다니는 중3 큰딸은 석 달 가까운 방학에 유일하게 하는 일이 자기 방 연구(방에 콕 틀어박힘)였습니다. 충분히 낮까지 자고, 일어나 오늘 하루를 뭐하고 놀고, 먹을까 고민하는 딸입니다.
그렇게 한달을 다 보내고, 1월에 '나다'에서 하는 '인문학 캠프'를 신청했습니다. 인문학 캠프는 일주일에 3번 6회에 걸쳐 진행됐는데 그날 토론은 "미성년자는 야동 볼 권리가 있다, 없다"라며 제게 의견을 물어왔습니다.
저는 가끔 딸의 인문학 캠프 토론 내용을 보면 나도 저 나이에 저런 공부를 했었으면 얼마나 내 인생이 풍요로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입시 위주의 공부, 시험치고 나면 백지가 되는 공부가 아닌 살아있는 공부를 제 딸들에게만은 배우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책상을 잘 붙들고 싸워 이겨야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거라 착각합니다. 자신도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으면서 끊임없이 사회가 주는 불안감에 세뇌되어 자식들을 키웁니다. 불안이 불안을 낳고,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습니다.
엄마와 딸의 대화 ② |
(엄마) 토론 잘했어?
(중3딸) 응. 그럭 저럭.
(엄마) 애들은 어떤 쪽이디?
(중3딸) 반반이더라.
(엄마) .......
(중3딸) 있잖아... 개인수업, 학교, 과외...
(엄마) 그런거 치면 나와?
(중3딸) 뭐가?
(엄마) 야동 사이트가 나오냐구?
(중3딸) 뭐야? 진짜 짱나!!!! 엄마 변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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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 진짜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큰딸이 야동 토론 한 거 이야기 하다 설마 딴 이야기로 빠질지 누가 알았습니까? 개인수업, 과외, 뭐 이런 단어가 보통 야동하고 비슷하게 연결되기에 진짜 알아온 줄 알았죠. 하긴 제 딸이 제 말을 그렇게 잘 들을리가 없죠^^
제가 너무 어린 딸들을 데리고 진지했나요? 변태에, 불자에, 짱나에 온갖 말들로 저를 배추 저리듯 저립니다. 뭐 조신한 척 하는 부모보다 낫지 않나요? 아닌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