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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추기경과 악연 아니었냐" 질문에 침묵한 전두환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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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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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18일 오전 11시께 김수환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당 빈소를 찾았다. 생전 김수환 추기경이 1980년대 내내 전두환 정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방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 전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김 추기경에 대해 "정신적 지도자이며 국가의 큰 별"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 어려울 때 좀 더 사셔서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때가 되면 가는 거지만"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또한 그는 "내가 1사단장으로 있을 때 김 추기경이 지학순 주교와 함께 찾아와 성당을 지어달라고 하기에 사단 내에 성당을 만들었다"며 "보안사령관으로 있을 때도 개인적으로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들이 "서운한 감정은 없느냐" "김 추기경과 악연인 것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일체 답을 하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애도사보다 전 전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국민 화합'이었다.
그는 "지금 경제와 안보가 어렵지 않냐, 이러다가 통일도 안 되고 또다시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될 수도 있다"며 "국민들이 단합해 난국을 타개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도 "국민을 싸움 붙이지 말고 국민을 선도하는 보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1980년 설 자신을 방문한 전두환 당시 육군 소장에게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지 않냐"고 말했다. 1987년 6월에는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경찰 측에 "(성당 안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에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