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제40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열린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 취재보도 부문, 기획보도 부문, 사진보도 부문 수상자들이 차례로 나와 상을 받고 짤막한 소감들을 밝혔다.
가장 '특별한' 수상소감은 시상식 후반부 '특별상' 수상자로부터 나왔다. 제40회 한국기자상 특별상 주인공은 바로 YTN '돌발영상'팀.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로부터 "성역없는 비판과 투철한 기자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돌발영상'은 구본홍 사장에 반대하던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의 정직·해고 등의 징계로 인해 벌써 넉 달째 시청자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임장혁 팀장 등은 19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 수상소감을 위해 연단에 선 임장혁 팀장은 "오늘은 기쁜 날이지만, 회사측의 추가고소로 인해 내일은 또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사람이 언론사 사장 되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반칙"
"오늘은 상 받고 내일은 조사받는 참 특별한 상황이다. 외부에선 상을 주고 칭찬하는데 정작 회사에서는 징계당하고 고소당하고 일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외부에서 지켜봐주시는 것에 힘 받아 꼭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겠다."
임장혁 팀장은 미리 한국기자협회에 보낸 수상소감에서 "대선 때 '공식 직함'을 가졌던 현 정권의 사람이, 24시간 뉴스만 하는 언론사 사장자리에 앉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반칙이며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원칙이 시키는 대로 반칙을 막기 위해 나선 기자들을 마구 해고하고 고소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구 사장을 비판했다.
일손을 놓은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성역 없는 비판정신과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방송을 잘했다고 상을 받게 됐지만 저희 돌발영상팀은 현재 방송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무한한 영광과 자부심을 표해야 하는 수상 소감에 답답함과 억울함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YTN의 대표 상품이라는 돌발영상을 4년 동안 꾸려오던 저는 정직 6개월 '조치'를 당했습니다. 참으로 일 잘하던 후배 정유신 기자는 아예 해고돼 버렸습니다. 저희 둘은 이번 설 연휴 바로 전날 사측으로부터 4번째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5년 넘게 쉼 없이 방송되던 돌발영상은 하루아침에 YTN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막내 정병화 기자 홀로 돌발영상이 영영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롭게 버티고 있지만 이 막내의 얼굴엔 갈수록 그늘만 짙어집니다. 외부에선 상을 주고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징계하고 고소하고 일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은 몇 달 전만 해도 YTN과는 일면식조차 없던 '대선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사람에 의해 벌어졌습니다. 돌발영상 뿐 아니라 YTN의 수많은 기자들이 '대선특보'에 의해 해고되고 고소당하고 보직이 박탈됐습니다. 이 대선특보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YTN이 문 닫을 수 있다는 정부 고위 공직자의 협박도 거셉니다.
법과 원칙이라는 말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선 때 '공식 직함'을 가졌던 현 정권의 사람이, 24시간 뉴스만 하는 언론사 사장자리에 앉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반칙입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칙이 시키는 대로 반칙을 막기 위해 나선 기자들을 마구 해고하고 고소하는 것은 법이 아닙니다. 폭력입니다.정권 인사를 사장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멀쩡한 방송사가 갑자기 문 닫게 되는 일은 법과 원칙이 선 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억압과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나 상상해볼 만합니다. 우리나라는 법과 원칙이 선 나라이며, 지금의 정부 또한 법과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할 거라 믿습니다.반년 넘은 투쟁의 피곤함을 올곧은 정신으로 채찍질하며 여전히 굳게 서 있는 선후배들과 해고당한 채 투쟁을 이끌고 있는 돌발영상의 창시자 노종면 선배, 그리고 저희의 투쟁을 지지하는 수많은 분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상을 주신 기자협회에도 '제대로 된' 법과 원칙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감사함을 표합니다.고 조계창 <연합> 기자에게 '공로상'한편 중국 동북3성 최초 특파원으로 있다가 두 달 전 순직한 고 조계창 <연합뉴스> 기자는 공로상을 받았다.
하늘에 있는 그를 대신해 상을 받은 그의 부인 김민정씨는 "남편이 떠난 지 어느덧 두달이 됐다. 이 상을 잘 간직해 나중에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은 기자였다고 말해주겠다"며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향신문>은 취재보도 부문, 기획보도 부문에 걸쳐 모두 13명의 기자가 기자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도 한국기자상 대상 수상작은 없었으며 2002년 이래 7년째 수상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