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들에게 벌금을 받는 것도 모자라 손 쓰임새가 가장 많은 미용을 공부하는 아이에게 담임이라는 사람이 손바닥을 40대씩이나 때리다니요? 담임은 그 뒤에도 딸아이 상처 난 손바닥 위에 또다시 10여 차례 더 때렸다고 합니다.
하도 기가 막혀 서울시 교육청에 탄원서를 냈어요. 그랬더니 교육청에서도 '체벌을 가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민원회신이 왔어요. 그런데도 이 교사는 버젓하게 학교를 다니더니, 이번 졸업식에서는 글쎄 졸업장과 합의서를 맞바꾸자고 하는 거예요. 도대체 이런 일이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까?"
학생 폭력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담임교사가 반성은커녕 졸업식 날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합의서와 졸업장을 맞바꾸자고 하는 기막힌 일이 일어나 주변 학부모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졸업식 날, 졸업장을 받지 못한 학생은 동대문구 청량리에 있는 ㅈ미용고등학교 졸업생 조아무개(18)양. 조양은 졸업식을 앞두고 담임교사나 학교로부터 수업일수가 모자라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그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12일 열린 이 학교 졸업식 예행연습에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참석했다.
조양 어머니 최소연(50)씨는 "수업일수가 모자라 졸업장을 주지 못한다면 미리 알려 보충을 시키는 게 담임의 마땅한 도리 아니냐?"고 반문한다. 최씨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학교 교무기획부장까지 나서 '이 자리에서 합의서를 써주면 곧바로 졸업장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각했다고 벌금 4만원 내고, 손바닥 40대 맞은 뒤 또 맞아"
"저희 아이는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아도 불량학생도 아니며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모나게 잘못하는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 1~2학년 재학 때에는 담임 모두에게 아무 흠이 없는 모범 학생이라고 칭찬을 받을 정도의 아이였습니다. 이 아이가 무엇을 크게 잘못했기에 학교에서 이렇게 가혹하게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이번 졸업장 사건이 일어나게 된 까닭은 지난 해 11월 17일 오후 2시쯤 ㅈ미용고등학교 3학년 2반 담임 노아무개(33) 교사가 지각을 한 학생 조양을 체벌하면서 시작된다. 이 날 노 교사는 손바닥 체벌을 하면서 조양에게 포장된 나무막대기로 손바닥을 40차례나 때렸다. 게다가 노 교사는 12월 3일에도 조양 손바닥을 또 열 차례 때렸다.
조양은 그 뒤부터 한동안 손을 못 쓰다가, 처음 체벌을 받은 날로부터 한 달쯤 지난 12월 10일쯤 어머니 최씨에게 들키자 그제서야 그 사실을 털어놨다. 최씨는 조양을 곧장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했다. 진단결과 초기진단 3주. 의사는 이때 "어쩌면 손가락 마디에 맺혀 있는 상처가 영원히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최씨는 그동안 노 교사가 저지른 가혹한 체벌 행위에 대해 치료비 보상 등 수차례 항의했다. 하지만 노 교사는 입원중인 조양에게 면회 한 번 오지 않았다. 최씨는 이에 지난 해 12월 15일 "노 교사를 이대로 가만 두면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또 폭력을 쓸 것이 걱정된다"며, 서울시 교육청에 탄원서를 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해 말 최씨에게 보낸 '민원회신'에서 "담임교사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학생 체벌과 관련, 담임교사는 학생이 지각·결석이 많아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되어 학생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11월 17일과 12월 2일에 각각 체벌을 가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은 또 "해당 학교에 학생에 대한 체벌은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도록 담당교사에 대해 주의조치토록 학교에 통보하였고, 아울러 학교의 학생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여 앞으로 학생생활지도에 철저를 기하도록 조치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에서 체벌 인정한 교사, 왜 학교에서 두둔하나"
"서울시 교육청에 보내는 탄원서를 ㅈ미용고등학교 학교장 앞으로 한 장, 교육장 앞으로 한 장을 보냈으나 교장에게서는 단 한 번의 회신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교무기획부장이 '노 교사에게서 담임을 박탈했으며, 징계를 하겠다'고 했으나, 일체의 징계도 없었습니다. 치료비 이야기도 오갔지만 아이 치료가 끝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조양은 신촌 세광병원에 입원해 14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조양이 입원 중인 12월 끝자락, 학교에서 최씨를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 자리에는 교감과 교무기획부장 장아무개씨가 있었다. 이날 교무기획부장은 "잘못을 인정하며 학교가 배상할 부분은 학교가 배상하고, 담임이 배상할 부분은 담임이 배상키로 할 테니 합의하자"고 말했다.
최씨는 "아직 아이가 치료중이니 아이의 치료가 끝난 뒤 얘기하자"고 말했다.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교무기획부장은 이때 노 교사에게서 담임을 박탈했으며 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징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 교사 또한 조양 치료비와 관련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조양은 그 뒤 1월 실습달에 학교에 실습 신청을 했다. 성남의 ○○미용실에서 한 달 동안 실습을 하면서 현장감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 실습 기간 중에 교무기획부장이 미용실로 찾아와 원장에게 조양의 실습실태를 비밀리에 조사해 갔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최씨는 왜 담임도 아닌 교무기획부장이 직접 실습현장을 다녀갔는지 몰랐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ㅈ미용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최씨는 조양과 함께 졸업식에 참석했다. 근데, 담임인 노 교사가 갑자기 "합의해주지 않으면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최씨가 담임인 노 교사와 교무기획부장인 장아무개씨에게 "졸업장을 왜 못 주냐?"라고 따지자 "출석 일수가 모자라서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최씨는 이때 "그러면 왜 지금까지 가만 있다가 이제서야 이야기하느냐?"고 따졌다. 조양도 "졸업 대상이 아닌 애들은 미리 조치 다했다. 나는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최씨가 다시 "이건 트집 아니냐? 말도 안 된다"라며, 교무기획부장에게 "졸업장 안 주는 사유서를 써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때 교무기획부장 장아무개씨는 "저쪽으로 가서 얘기하자"며 최씨를 상담실로 이끈 뒤 "결석이 많아 그렇다. 이 자리에서 합의장을 써주면 졸업장을 곧바로 줄 테니 졸업장과 합의서를 맞바꾸자"고 했다.
"지금이라도 졸업장을 줄 테니 합의서만 써 달라"
최씨는 졸업식 다음 날인 14일 교무기획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무기획부장은 이 전화에서 또다시 "지금이라도 졸업장을 줄 테니 합의서만 써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씨는 이에 "제가 합의서를 써주면 정말 졸업장을 주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교무기획부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씨는 17일 교무기획부장과 학교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학교로 갔다. 하지만 학교에는 교무기획부장은 없었고, 교감과 노 교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왜 졸업장을 안주냐?"고 다시 묻자, 노 교사가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못 준다"고 했다. 최씨가 "결석일수가 며칠이냐?"고 다시 묻자 노 교사가 "40일"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이에 "그렇다면 딸아이 출석일수를 채운 뒤 졸업장을 받도록 하겠다"고 하자 교감이 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와 선처를 바란다"며, 노 교사를 시켜 졸업장을 가져오게 했다. 조양이 졸업식장에서 받아야 할 빛나는 졸업장은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졸업 4일 뒤 학부모인 최씨가 대신 받아야 했다.
최씨는 "딸아이 결석일수를 조사해보니 딸아이가 정식으로 결석계를 제출하고 병원에 입원한 14일도 결석으로 잡혀 있었다. 심지어는 방학기간인 11일도 결석으로 잡은 걸 보면 합의서 때문에 일부러 졸업을 연기시키려 한 것 같다"라며 "이는 학교 폭력을 휘두른 교사를 두둔하기 위한 비겁한 거래행위이며,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학교측 "체벌이 더 큰 문제... 교사가 젊다 보니까 여러 가지 실수"
지난 해 11월, 조양이 노 교사로부터 손바닥 폭력을 처음 당했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기자는 19일 오후 3시쯤 ㅈ미용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교장을 바꿔 달라"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장 선생님은 교장단 직무연수중이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되어야 학교에 나오실 것 같다"고 말했다.
교무기획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그건 오해다. 서로 오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교무부장이 되다 보니까 그 부분에 끼어든 제가 입장이 난감하다. 제가 있었으면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며 "졸업장보다 체벌이 더 크다. 노 교사가 아직 젊다 보니까 여러 가지로 실수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양 담임 노 교사는 이날 통화에서 "저도 오마이뉴스를 잘 안다. 저도 대학 다닐 때 기자생활도 좀 했다"라며 "워낙 이야기가 길어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조양 어머니랑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조양 어머니와 통화를 해서 조정을 한 뒤 다시 통화를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입장을 밝히길 꺼렸다.
진, 선, 미를 교훈으로 내세우고 있는 ㅈ미용고등학교(학교장 서아무개)는 1960년 ○○미용학원을 세운 뒤 2003년 11월 교육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를 받아 이듬해 3월 개교했다. 개교 당시 신입생은 160명이었으며, 같은 해 11월 20학급 증설 승인을 받았다. 이 학교는 지금 별도 운동장이나 학교 건물이 없이 청량리 OO상가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조양 학부모 최소연씨는 19일(목) 오후 4시, ㅈ미용고등학교 노아무개 교사를 학생 폭력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최씨는 이 학교에서 졸업장과 합의서를 맞바꾸자며 며칠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학부모에게 졸업장을 뒤늦게 준 사실에 대해서도 서울시 교육청에 진정서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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