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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연등동. 텃밭에 심어진 매화가 벌써 활짝 피었다.
여수 연등동. 텃밭에 심어진 매화가 벌써 활짝 피었다. ⓒ 전용호

골목길 풍경을 담다보면...

좁은 골목길. 나이를 지긋이 드신 아주머니께서 문으로 들어서다가 카메라를 들고서 내려오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뭐 하고 다닌데?”
“골목 풍경이 좋아서 사진 찍고 다녀요.”
“그거 찍어서 뭐 하게.”

아주머니는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산자락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 골목길 풍경을 사진에 담다보면 자주 나누는 대화다.

 정감어린 풍경이지만 살아가기에는 많이 불편하겠다.
정감어린 풍경이지만 살아가기에는 많이 불편하겠다. ⓒ 전용호

 오래된 함석문. 반갑다.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오래된 함석문. 반갑다.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 전용호

 담장에 병조각을 세워 놓았다. 한때 골목길에는 좀도둑이 많았다.
담장에 병조각을 세워 놓았다. 한때 골목길에는 좀도둑이 많았다. ⓒ 전용호

오늘도 어김없이 한 아주머니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 골목길은 나에게는 정감어리고 추억이 묻어나는 풍경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은 보여주기에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리라. 그래서 항상 그 속에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면 미안하다.

봄은 봄비와 같이 살며시...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남도의 가뭄을 조금이나마 적셔주는 단비다. 경사가 가파른 골목 계단 길을 올라간다. 골목길 이름도 가파른 길이다. 좁은 골목길 벽돌담은 칙칙한 느낌을 지우려고 산뜻한 색으로 밝게 웃고 있다.

 아주 낮익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골목길
아주 낮익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골목길 ⓒ 전용호

 너무나 친근한 풍경.
너무나 친근한 풍경. ⓒ 전용호

 빨래줄에 봄비를 즐기는 빨래집게들
빨래줄에 봄비를 즐기는 빨래집게들 ⓒ 전용호

 봄비를 맞으며 한가로이 재잘거리고 있다.
봄비를 맞으며 한가로이 재잘거리고 있다. ⓒ 전용호

봄비에 텅 빈 빨랫줄에는 파스텔톤의 빨래집게가 빗방울을 하나씩 달고 있다. 해맑게 웃으면서 속삭인다. ‘봄비가 상큼하고 너무 좋아요.’ 지붕들은 파란색으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

작은 텃밭에 심어진 매화나무는 꽃이 가득 피었다. 살며시 들어서니 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너무 일찍 피었나. 화사함을 자랑하기도 전에 비에 젖은 하얀 꽃잎이 슬프게 보인다.

 봄비 속에서도 향기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봄비 속에서도 향기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 전용호

 텃밭에 심어진 완두는 벌써 푸르름을 자랑한다.
텃밭에 심어진 완두는 벌써 푸르름을 자랑한다. ⓒ 전용호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이수복의 <봄비>란 시가 떠오른다. 봄은 기다림의 댓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덧붙이는 글 | 2월 19일 여수 연등동에 봄이 오는 풍경입니다.

여수에는 산자락으로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엮어져 있습니다. 옛추억을 되살리고 싶으면 한번쯤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거나 기웃거리는 것은 사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음을...



#골목길#봄비#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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