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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시대의 큰 어른이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어버이였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온 나라가 추모 분위기로 휩싸여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남기신 말씀이 그 분의 육성처럼 귓가에 생생합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이시니,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묘비에 새겨질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작고 소박하지만 크고 위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원 없이, 한없이 한 평생을 살다 가셨다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다시 한 번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하며 가시는 길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사실 오마이뉴스와 만나게 된 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기사를 올린건 기억을 더듬어 봐도 참 오래 되었습니다.

"왜 이리 무심했냐?"고 물으면 "삶이 그리 만드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필명으로도 올리고 또 이후에는 제 이름 석자를 걸고 의욕을 가지고 기사를 올리려고도 했지만 삶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주변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이지 정치주변인이 뭐냐라고 묻는 분도 계실텐데요, 그냥 평상시 제가 지인들에게 쓰는 표현입니다. 정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인의 뒤에서 일을 봐주면서도 실제 정치인만한 책임이 따르는 주변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주변에 정치하겠다고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가족들이 동의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정치인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 주변인은 자신의 온전한 삶마저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삶이 기사를 쓰는 일에도 제약이 됩니다. 물론 오마이뉴스와의 제약이 아니라 제 나름의 원칙과의 문제입니다. 일부 편향적인 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의 글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고민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 기사를 쓰기보다는 사회이슈나 현안에 대한 글이나 시를 쓰곤 했습니다.

어느 날, 오마이뉴스에 쪽지가 몇 통 도착해 있었습니다. 쪽지를 열어보니 경남지역의 노래패인데 기사로 올라온 시가 마음에 들어서 노래패 소식지에 실어 많은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쪽지가 여러 통 와 있었습니다(하루에도 몇 번이고 오마이뉴스를 만나지만 로그인을 해서 쪽지를 확인하는 일이 드물거든요). 사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그 노래패에 대해  알고 있던 터라, 고마운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소식지에 싣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소식지 나오는 대로 보내드리겠다는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또, 우연한 계기로 서울의 한 정책포럼의 소식지를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별 관심 없이 뒤적이다가 이 포럼의 소식지에 오마이뉴스에 제가 올렸던 또 다른 시가 실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글인지 몰랐습니다. 훑어보다가 좀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제가 쓴 글이었습니다. 위 노래패의 사례와 다르게 물론 저에게 어떤 연락이나 의사도 없이 실린 것입니다(아직도 위 관계자들은 그 글이 제 글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피익~ 웃고 말았지만 오마이뉴스는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좋아서~’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글들이 사회의 필요한 곳에서 불려지고 누군가의 기억에 있다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어떤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는 않지만 나란 존재가 이 사회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고마움이 아닐까요. 또 그런 힘으로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느 날, 오마이뉴스가 잊었던 날 기억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오마이뉴스가 지역도 삶의 거리도 잊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오마이뉴스가 거대한 산이 되어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함을, 좀 더 열심히 활동하지 못함을 꾸짖고 반성하게 하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보면서 아름답게 생을 마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선종(善終)'을 '상선임종(上善臨終)'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생의 마침이란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최선의 삶을 살았다는 다른 말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남의 일로, 먼 미래의 일로 알았던 죽음에 대해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눈을 감는 순간, 저 또한 고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그리 겸허할 수 있을지, 그 분의 말씀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다짐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Y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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