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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생들이 한복을 입고 관중에게 큰  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졸업생들이 한복을 입고 관중에게 큰 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최정애

후배의 푸념을 들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의무적으로 한복을 입어야 한단다. 한복 졸업식은 그 학교의 전통이라 어쩔 수 없다며. 사려고 하니 10만원이 훌쩍 넘고 대여하는데도 3만원 이상이라 이 불경기에 난감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후배와 마찬가지. 물론 우리 고유의 옷을 입는 것도 좋지만, 부담이 되는 ‘한복을 굳이 입을  필요가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2월 17일  한복을 입은 초딩들의 앙징스런 모습을 그리며 졸업식이 있는 경기 부천의 모학교로 향했다. 넓은 강당,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한복을 입고 움츠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복에 얽힌 사연들을 들어 보았다.

“이모 옷 빌려 입었어요. 길어서 단을 살짝 꿰맸는데도 자꾸 끌려요. 바닥에 끌려요.”
“3만 5천원 주고 빌렸어요.”
“새 옷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중고로 샀어요, 빌리는 가격도 만만찮아 내년 동생      졸업식 때도 입으라고 인터넷 뒤져 겨우 장만했어요.”

 대내상 수상자들이 호명에 일어나고 있다.
대내상 수상자들이 호명에 일어나고 있다. ⓒ 최정애

졸업식 날 한복을 입고 나타나기까지 나름대로의 고충을 쏟아냈다. 내 옷이 아니다보니 모양새가 나지 않고 행동 또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한복 구하기에 매달렸을 전교생을 생각해 보았다. 이 집 저 집 수소문하고 아쉬운 소리도 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 학교는 초미니 학교라 학생 수가 많지 않다. 전교생이 15학급에 불과하고 이번에 졸업한 학생은 총 55명이었다.

행여 대여한 옷에 구멍이라도 나면 어쩌나. 음식이라도 묻으면 세탁비가 더 나갈 텐데... . 부모들은 혈기 왕성한 아이들에게 한복입고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타일렀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복 덕에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고 몸가짐이 차분해진 아이도 있었으리라 본. 한복을 입고 큰절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가슴 뭉클했다. 이제 어린 티를 벗고  좀 더 큰 무대로 나가 내 꿈을 착실히 설계하는 청소년이 되기를 진정 바란다.

모두가 어렵다는 요즘, 경제 한파 속에 나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머리를 쓰는 주부 입장이라 별 걱정이 다 되었다. 비단 나만의 기우일까? 초등학교 졸업식 한복 착용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부모님 , 선생님,친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학생들이 큰절을 하고 있다.
"부모님 , 선생님,친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학생들이 큰절을 하고 있다. ⓒ 최정애


#한복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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