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청와대 앞에서는 최근 불거진 '일제고사 성적조작'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해소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진후)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가 지난 1년간 교육 실패를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곧바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MB정권 취임 이후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농성은 지난해 4월 정진화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정 위원장은 "성적조작과 같은 참담한 일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 교육현장의 절망을 상쇄시킬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MB 취임 1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교육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1년은 한마디로 탈선한 기관차의 폭주였다"며 "대통령이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교육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일제고사 성적조작' 파문에 대해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모순이 일거에 폭발한 것"이라며 "근본책임은 성적공개를 통해 학교를 무한경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교과부와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정 위원장의 단식농성과 함께 3월 초 전 조합원이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의 문제점, 체험학습 안내를 포함하는 편지를 보내는 방안 등을 담은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체험학습을 조직하고, 일제고사 금지법 청원 서명과 초중등교육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청소년들 "3월 10일 등교거부·오답선언으로 저항할 것"
전교조 기자회견에 앞서 청소년·대학생 단체도 같은 장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반대'-'청년실업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SayNo'와 문화연대, 진보교육연구소 회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풍선을 들고 청운동사무소 앞에 섰다. 풍선에는 "대한민국 교육 지못미", "자사고=자살고",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등의 구호가 붙어 있었다. 또 "이딴 것도 교육이라고!", "무한경쟁 교육반대!" 등의 피켓도 등장했다.
'SayNo' 활동가 '따이루'(17세)는 "지금의 무한경쟁 교육은 1%만을 위한 것이고 학생들을 좀비로 만드는 교육"이라면서 "3불정책 때문에 그나마 청소년들이 숨을 쉴 수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의 권리도 짓밟고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모임 소속 청소년들은 지난 23일부터 3일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노숙농성을 펼치고 있다. '따이루'는 "날씨가 춥지만 학교의 현실이 더 춥다"면서 "오는 3월 10일에도 우리들은 거리로 나와 등교거부, 체험학습, 오답선언으로 이 정부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애초 이명박 정권에 항의하는 '블랙투쟁'의 의미로 검은색 풍선을 준비했지만 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에게 이를 빼앗겼다. 문화연대 활동가 나영씨는 "풍선이 언제부터 폭발물 취급을 받았느냐"면서 "이명박 정부가 소통 대신 불통만 하고 있는 현실을 오늘 경찰이 다시 한 번 잘 보여줬다"고 반발했다.
학사모 쓰고 '실업증서' 받은 대학생들 "MB 삽질 그만!"
오전 11시 20분에는 대학생 30여 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학생 기자회견에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60개 대학 총학생회·총여학생회·동아리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뒤 "청년실업 문제 해결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의 몸자보를 걸쳤다. "대학졸업이 백수의 시작?", "10개월짜리 아르바이트 행정인턴 거부한다" 등의 피켓도 눈에 띄었다.
기자회견장 한구석에는 이명박 대통령 얼굴의 탈을 쓴 참가자가 삽을 들고 자리 잡았다. 이 삽에는 '비정규보호법 개악', '행정인턴', '잡세어링', '4대강 토목공사' 등의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삽질'이라는 것을 꼬집는 퍼포먼스다.
졸업증서를 비꼰 '실업증서'도 눈에 띄었다. 실업증서를 받는 사람은 '이태백'이고 증서를 주는 사람은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증서에는 "위 사람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청년 실업자가 되었음을 증명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은 수천만원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 빚을 안고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면서 "요즘이 졸업 시즌이지만, 추억을 안고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에는 대학생들의 짐이 너무 무겁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행정인턴제도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도는 월급 100만원의 10개월짜리 임시직이다, 인턴들은 전문 분야 실무 경험을 쌓지 못하고 청소, 복사 등의 허드렛일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턴 기간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어렵다, 오히려 인턴 채용으로 인해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잡세어링 정책에 대해서도 "사회적 약자인 신입사원의 초임을 깎아서 인턴사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녹색뉴딜'에 대해서도 "창출되는 100만개 일자리 중 95%는 토목공사가 끝나면 사라지는 임시노무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수많은 졸업생들이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 상환금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에 몇 십조를 투입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학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미취업 시 학자금 상황은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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