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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나 되냐고. 월급 깎아서 일자리를 늘린다니… 누구한테서 나온 발상인지 진짜 머릿속에 삽 한 자루밖에 없는 거 아냐? 4대강 삽질 멈추고 중소제조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훨씬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텐데."

충청권의 한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48, 행정6급)는 격앙된 목소리로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을 따졌다. 급여 일부를 반납 받아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에 따른 반발이다.

급여 삭감해 일자리 창출?... 술렁이는 공무원 사회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1~3급은 7%, 4급 이하는 5%의 급여를 삭감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언론 보도가 24일 나오자 반발은 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행정안전부에서 25일 '검토한 바 없다'는 해명자료가 나오고 나서야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예산을 삭감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처음 불을 댕긴 건 광주광역시다. 광주시는 지난 12일 해외연수와 체육대회 예산 3억8천여만원을 절약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광주시의 발표 후 이런 분위기는 전남 영광, 경기도 의정부, 강원도 인제, 서울, 대전, 부산 등으로 확산됐다. 처음에는 공무원의 복지예산이 삭감 대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급여인 수당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월급으로까지 확대됐다.

대전시는 24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1인당 평균 13만원의 보수를 반납 받아 모두 4억700만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5급 이상 간부 공무원의 급여를 1~3%씩 반납 받아 2억3천만원의 재원을 조성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대책에 대해 공무원들이 느끼는 현장의 체감온도는 어떨까?

"4대강 정비 사업, 삽으로만 하면 일자리 창출 되겠네"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7년 6월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7년 6월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아침부터 일손이 안 잡힌다며 연신 담배를 빼물던 공무원 B씨(시설6급)는 "우리는 월급밖에 볼 게 없는 사람들인데 힘없다고 갈취해가도 되느냐?"며 "벼룩의 간을 내먹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점심시간 허름한 식당에 모여 앉은 남녀 공무원 4명은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신랄하게 성토했다.

"고액급여 받는 국회의원들은 왜 안 깎는 거야. 우리한테는 임금 동결하고, 일자리 창출한다며 급여까지 강탈해 가면서."
"부자들에게 종부세 되돌려주고 힘없는 사람만 쥐어짜면 안 되지. 재산이 많고 많이 버는 사람이 솔선하고 고통 분담해야 맞는 거 아냐?"
"공공부문에서 이런 추세로 가면 민간부문도 자연히 따라온다. 그 피해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될 수밖에 없어."
"어려운데 우리도 도와야지. 대신에 아이들 교육비, 유류비, 공과금 인하하면 나도 적극 동참할 거야."

한 여성 공무원은 "4대강 정비 사업에 중장비 사용하지 말고 삽으로만 파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기겠어. 에너지도 절약되고, 온실가스도 줄고…"라며 농을 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포기하고 중소제조업에 투자해서 일회성 비정규직 일자리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4대강 사업은 국가경쟁력과 아무 관련도 없을 뿐더러 사업이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실업률은 떨어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사업이 끝남과 동시에 실업자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해."
"4대강이나 대기업에 올인할 게 아니라 진짜 탄탄한 중소기업을 많이 키워서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맞는데 말이야."

서울 양천구 공무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금 26억원을 횡령한 것에 빗대 "서울시 어떤 공무원처럼 도둑질해서 살란 말이냐"며 "올해 둘째까지 대학에 들어가서 돈 들어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게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높은 실업률을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연관 짓는 지적도 있었다.

공무원 C씨(행정7급)는 "고졸자 중 84%에 육박하는 인원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학력인플레이션이 심한데 누가 생산직에 근무하려 하겠냐"며 "사립대학을 국립화한 후 학교 수를 줄이고 졸업도 실력 있는 사람만 가능하도록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3명 중 2명 "대통령 잘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만여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100만 공무원·교원·공공부문 노동자 총궐기 대회'
지난해 10월 5만여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100만 공무원·교원·공공부문 노동자 총궐기 대회' ⓒ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연금 개정과 2009년 임금 동결 등 때문에 잔뜩 뿔이 나 있는 공무원 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대책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장의 목소리를 결집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25일 성명을 통해 반강제적인 임금 삭감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율로 포장했지만, 목표액을 정해 놓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율이 아닌 반강제적인 임금 삭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공노는 성명에서 "공무원노동자의 임금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 실정이 실패를 넘어 총체적 국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든다"고 지적했다.

전공노는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 환원키로 약속한 350억원의 재산을 일자리 창출기금으로 반납하라"며 "자율반납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삭감을 강행할 경우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은 24일 '부자에게는 감세, 노동자에게는 봉급 반납 강요'라는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의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공노는 "이명박 정권은 경제정책 실패를 솔직히 시인하라"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부자들을 향해 솔선수범할 것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런 전제가 선행될 때 국민들이 고통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민공노가 중앙부처 및 지방공무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무원 62.3%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삭감#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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