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판사 개개인은 사실 독립된 법원이다. 고위층인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와 같은 관리자들이 법관의 독립성을 지켜주고 외풍을 막아 개개의 독립된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이번 특정 재판부에 '배당 몰아주기'로 사법권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는 촛불집회 사건 특정 재판부 몰아주기와 고위층의 개입 의혹 등에 대해 27일 대법원 법원노조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진단했다.
"국민으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하며,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오 위원장은 "사법부를 보면 참 안타깝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그런 사법부로 만들어 가고 있어 문제"라며 "법원일반직공무원들은 국민을 섬기는 친절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 관련된 몇몇 고위법관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법원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특히 "단독판사 13명이나 법원장에게 집단적인 항의를 한 것은 그만큼 사법부가 정의에 반하는, 다시 말해 사법부의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단독판사들이 법원장에게 항의한 것이 아니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대법원에 일침을 가했다.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 10일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중앙지법원장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로부터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을 보고받아 알고 있으면서도 '컴퓨터 배당'이라고 진술한 부분이 위증을 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오 위원장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그는 "말을 바꾸는 부분은 위증을 떠나 대법관이라는 자리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 대법관은 해명하는 과정에서 몇 번 말을 바꿨다. 말을 바꾸는 것은 법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이자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서 그것도 사법부의 꼭대기에 있는 대법관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말을 바꾸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사법부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힘으로써 사법부 전체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지, 자꾸 개인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대법원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오 위원장은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위원들의 추궁이 쏟아진 것에 대해서도 "법원에 잘못이 있으니 법원행정처장이 진땀을 흘리는 것은 뻔한 것이다.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법원노조가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번 사건에 대해 앞으로 적극적인 조사를 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 문제를 가지고 집요하고 끈질기게 파헤쳐 사법개혁을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또 책임자 문책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법원가족의 일원으로서 법원노조가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물론 그런 측면도 있으나 사법개혁을 위한 것이라면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문제와 같이 사법 구조적인 문제 등을 낱낱이 파헤쳐 대법원에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개선이 안 되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제도개선과 관련해 그는 배당문제, 영장전담판사제, 법관서열승진구조문제, 법관종신제, 법조일원화 등을 꼽았다.
투쟁의 방식에 대해서는 "투쟁의 방법은 아직 공표할 단계가 아니다. 준비 중이니 양해해야 달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끈질기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밝혔다.
이와 함께 오 위원장은 "사법부가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원장 개인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이런 구조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법부도 나름대로 준비는 할 테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개선에 대한 의지의 문제"라고 충고했다.
오 위원장은 특히 "이번 일로 사법의 명예는 실추될 대로 됐다. 법원행정처가 시스템을 빨리 마련하길 바라고 그렇지 못하면 법원노조는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법원가족의 심각한 자존심의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위해 또 잃어버린 자존을 찾기 위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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