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28일) 새벽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LA 국제공항으로 가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탔다.
터미널에서 한 중국 노인이 나에게 다가오더니만 자기 여권 그리고 항공티켓을 보여주면서 중국말로 무엇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물어 왔다.
나는 영어로 "I don't know"하고 말았다.
그 노인은 이 사람 저사람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딱한 처지를 사정하는데, 아무도 알아 듣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카운터에 있는 항공사 직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 탑승을 했다. 그 중국인은 바로 내 뒷좌석에 앉았다. 비행기 안에서도 승무원들에게 계속해서 뭔가를 질문을 했고 기내 방송으로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찾았다.
그러나 아무도 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탑승전에 서점에 들러서 '오바마 자서전'을 한 권 사서 부지런히 읽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노인이 분명 자기 화물이 중국 상해로 직접 가는 것인지 아니면 LA 공항에서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노인의 여권과 항공티켓을 승무원에게 보여 주는 것을 고개를 뒤로 돌려서 자세히 보았다.
티켓에 보니 화물운송 딱지가 두 장 붙어 있었다. 티켓에는 NY→LA→Shanghai 라고 되어 있었다.
미국내에서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탔지만, LA에서는 이스트 차이나 에어라인(East China Airline)을 갈아 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승무원에게 영어로 물어 봤다. 이 분이 지금 뉴욕에서 붙인 화물이 상해까지 바로 연결되어 가는 것인지? 승무원 대답이 바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중국말은 모르지만 중국 글자는 아니까 통역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항공기 선반에 넣어 둔 내 노트북을 꺼내 '한글 2005'를 열었다. 한글로 "당신 화물 직접 안착 상해"라고 타이핑하고 이 단어 하나 하나를 <F9>키를 눌러서 한자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영어로 "Your luggage will arrive safely at Shanghai"라고 타이핑해 넣었다.
왜냐면 승무원이 확인해 줘야 내 통역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서 "이해?"라고 다시 쳤다. 그리고 한자로 변환시켰다. 그러니 이 노인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세시니"을 연발했다. 내가 또 "감사"라고 한글로 치고 또 한자로 변환했다. 그 중국 노인과 컴퓨터를 통해서 대화가 가능했다.
승무원들이 여럿 있었는데, 나에게 다가와서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자유자제로 통역되는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물어 왔다. "한글 워드 프로세서가 그 기능을 한다"고 알려 줬다. 그랬더니만, "Wonderful"이라고 했다.
바로 옆자리에 일본인 둘이 타고 있었지만, 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여러분들 혹시 중국 여행시에 중국말을 모른다면, 한글워드가 들어 있는 노트북을 꼭 지참하시라. 통역이 따로 필요가 없으렸다.
우리가 탄 여객기가 LA 공항에 예정시간보다 약 30분 일찍 도착했다. 터미널이 미리 도착한 항공기로 꽉 차있어서 5분 정도 대기해야 한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 나왔고 비행기는 멈춰섰다.
그 중국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가방을 챙기고 복도를 걸어나가려고 했다. 나는 그를 좌석에 앉으라고 손짓하고 다시 컴퓨터를 꺼내어서 다음과 같이 한글로 치고 한자로 변환했다.
"지금 항공기 조기 도착 대기중"
승무원이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부탁했다. 그가 LA에서는 동중국 에어라인으로 환승해서 가야 하는데, 그 항공사는 다른 옆 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승무원은 나에게 그 사실도 알려 주고 자기가 직접 안내해 주니 안심시키라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노트북을 꺼내어서, 다음과 같이 한글로 타이핑하고 다시 중국어로 변환했다.
"여승무원 안내 당신 동중국 항공사,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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