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웅장한 지브랄타국립공원(Gibraltar Range National Park)을 다녀온 후 오늘은 아침 일찍 바다를 찾아 떠난다. 강을 따라 운전하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라프톤(Grafton)에 흐르는 큰 강물이 얌바의 바다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변 강가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할아버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일 것이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얌바 (Yamba) 라는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닷가 마을이다. 시드니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이기에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숙박시설이 많다. 조그만 동네에 캐러밴 파크가 서너 개가 있을 정도다.
시드니에서 살다 타일랜드 부인과 함께 얌바에 정착한 호주 남자를 만났다. 퇴직을 하고 이곳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시드니는 돈 벌기에 좋을지 몰라도 공해와 차가 많아서 사람 살기에는 좋지 않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온 사람이 시드니는 물 좋고 공기도 맑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던 말이 생각나 쓴웃음을 혼자 지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가 보다. 이런 것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들어가나?
바다에 도착해 나도 선착장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태평양을 바라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 "배는 떠나 하늘로 끝을 가누나"라는 표현으로 떠나는 임을 아쉬워하던 김소월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돌아오는 길에 강에서 번져 나오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았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검붉은 색으로 불타는 구름이 강물에 반사되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광경을 보여준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강물을 배경으로 찍는 것은 놓쳤으나 아쉬운대로 저녁노을 사진 한 장 건질 수 있었다.
나중에 관광 안내소에 들려보니 우편엽서에도 저녁노을 사진이 있다. 저녁노을은 이 동네 자랑거리 중 하나인가 보다. 이러한 노을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총각 시절 제주도에서 잠깐 지낼 때 보고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웅덩이에 빠질 것이 염려되어 땅만 보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하늘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