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여럿인 부모가 있다. 몇몇 자식들에게는 매년 1000만원 이상 되는 돈을 꼬박꼬박 지원해 준다. 더 많은 수의 다른 자식들에게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몇 백만원을 지원해준다면, 공평하다고 받아들일까.
사회단체보조금을 둘러싸고 비슷한 문제가 해마다 불거지고 있다.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법인 또는 단체인 사회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천안시의 사회단체보조금 집행이 지원금 규모에서 일부 단체에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되풀이되는 일부 단체의 편중지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체별.사업별 지원 상한제 도입, 이원화된 사회단체보조금 편성의 일원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재정심의위,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대상 결정
천안시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위원장 박한규 부시장.재정심의위)는 지난달 24일 오전 회의를 갖고 2009년도 사회단체보조금 지원단체와 지원금액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천안시는 지난 1월 '2009년도 사회단체보조금 지원계획'을 공고하고 신청단체를 1월 14일까지 접수했다.
신청자격은 천안시에 주소를 두고 공익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로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구성해 최근 2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는 단체로 한정했다. 접수 결과 총 61개 단체에서 4억8000만원에 달하는 지원신청서를 제출했다.
재정심의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천안시의정동우회, 한국청소년육성회 천안지구회 등 52개 단체에 2억3600만원 지원을 확정했다. 천안시민경찰위원회, 천안대학로예술극장, 한민족평화포럼, NGO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천안지회 등 9개 단체는 심의결과 탈락했다.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심사는 지난해까지 별도의 위원회가 운영됐다. 올해부터는 위원회 정비로 기존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는 폐지되고 재정심의위가 심사를 맡았다.
2008년과 비교해 새롭게 사회단체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색동회충남 천안지회, 천안해병대전우회 등 7개 단체. 천안시노인봉사대, 한국재난구조단 충남지부, 농촌지도자 천안시연합회 등 6개 단체는 지난해보다 단체별로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800만원까지 보조금이 증액됐다.
사회단체보조금, 단체들간 지원 금액 격차 커 사회단체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가 재정심의위에서 결정된 52개 단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안시는 이미 2009년도 본 예산을 계상하면서 25개 단체의 지원금을 사회단체보조금 명목으로 편성했다.
이들 단체들은 재정심의위 심사를 거쳐 사회단체보조금을 지원받는 52개 단체 보다 수는 적지만 지원금액의 총액은 3억5900만원으로 오히려 더 많다.
천안시 본 예산에 직접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명시된 단체들과 재정심의위 심사를 통해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결정된 단체들간 지원금액의 격차는 단체별 평균 금액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재정심의위 심사를 받아 사회단체보조금을 받는 52개 단체의 평균 지원 금액은 453만원.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편성된 25개 단체의 평균 지원 금액은 1436만원. 후자가 전자 보다 3배 가량 많다.
전자의 52개 단체 중에서 1000만원 이상 사회단체보조금을 지원 받는 단체는 5개 단체에 불과하다. 반면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이 편성된 25개 단체 가운데 1000만원 이상 지원받는 단체는 14개 단체에 달한다.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액수가 확정되어 있는 단체들과 재정심의위 심사를 받은 단체들을 통틀어 지원 금액이 가장 많은 상위 4개 단체의 집계에서도 격차는 고스란히 확인된다.
새마을운동읍면동지도자회(6720만원), 바르게살기운동읍면동지회(5040만원), 새마을운동천안시지회(2880만원), 한국자유총연맹(2500만원) 등 상위 4개 단체 모두가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확정된 단체들이다.
결과적으로 천안시 공고를 통해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을 신청한 단체들은 이미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확정된 단체들에 비해 적은 금액을 놓고 많은 수의 단체들이 경합을 벌인 셈이다.
시민사회, 사회단체보조금 개선 요구 편중 지원 해소 위해 단체별·사업별 지원 상한제 도입해야
|
단체에 따라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방식이 이원화되어 운영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의 총괄부서인 천안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이 명시된 단체들은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는 기관이나 단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시의 설명과 달리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이 확보된 단체들이나 재정심의위 심사를 거쳐 지원여부와 액수가 결정되는 단체들간에 성격상 차이가 확연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육성회 천안지구회는 2008년의 경우 천안시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으로 1000만원이 편성됐다. 동일한 사업으로 2009년에는 본 예산 편성이 아니라 시의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신청 공고 후 접수해 심의위 심사를 거쳐 1000만원 지원이 결정됐다. 대한적십자봉사회 천안지구협의회도 지난해는 본 예산에 1000만원의 사회단체보조금이 편성됐지만 올해는 지원신청 뒤 심사를 받아 작년과 동일한 금액의 지원을 받게 됐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6.25 참전유공자회와 고엽제 전우회 등 3개 단체는 2008년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신청을 통해 보조를 받았다가 2009년은 본 예산에 지원금이 편성됐다.
이상진 천안시 예산팀장은 "본 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이 명시된 단체들은 시의회 예산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혜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점차 심의위에서 심사를 받아 지원하는 사회단체보조금의 규모는 줄이고 본 예산 편성 금액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수 천안시의회 의원은 "사회단체보조금과 관련해 현재는 기준과 원칙이 모호한 실정"이라며 "이원화된 지원방식의 일원화도 필요하지만 먼저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일부 단체의 편중 지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유혜정 집행위원장은 "일부 단체에 대한 편중 지원으로 나머지 단체는 최소한의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는 등 폐해가 크다"며 "형평성 있고 내실있는 사업진행을 위해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시 단체별.사업별 지원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또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의 반복 지원에 대한 통합 및 일몰제 운영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16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