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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보물 원목들아, 이제 7년 동안 잠에서 깨어나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 소중한 목재로 사용되어, 천년의 위용을 뽐내는 숭례문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소서!"

 

지난 2일 오전 10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일대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원목을 이송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기증자 송능권(64)씨는 직접 작성한 기원문을 낭독하며 안면송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짧은 글로 대신했다.

 

송씨는 "자식같이 애지중지하며 보관했기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사용되는 일이니 한 없이 기쁘다. 부디 천년의 위용을 뽐내는 숭례문으로 다시 태어나갈 바란다"고 아쉬움을 달래며 손수 이송작업을 도왔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2월 송씨는 문화재청에 편지를 보내 보관하고 있던 안면송 425그루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국민 기증자 가운데 단연 최대량이다. 송씨는 직접 설계한 전통 한옥을 안면송을 사용해 지어 한옥 전시관을 만들고 보호가치를 홍보하고자 약 7~8년 전 간벌 당시 소나무를 구입했다.

 

안면송은 고래시대부터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하기 시작해 조선시대에는 경복궁과 비원 건축에 사용될 정도로 고품질을 인정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소나무이다.

 

구입한 이후에는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안면송을 관리했다. 자연건조를 위해 응달이 잘 드는 장소를 골라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고 껍질을 벗겨 소나무 층층이 바람이 잘 통하도록 철사로 망을 짜 넣기도 했다.

 

또한, 여름이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차광막을 씌우고 외부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수시로 순찰도 돌았으며, 사계절 바람이 잘 통하도록 동서쪽에 문을 달기도 했다.

 

애지중지하며 보관한 결과일까? 송씨가 기증한 안면송 문화재청과 맺은 기증 협약서에 산정가격 1억26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허나 목재를 직접 확인한 대목장은 품질과 보관상태를 살펴본 후 약 3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송씨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수년간 안면송을 보관했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선뜻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당일 안타까움에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귀 기울이던 중 안면송이 숭례문 복원에 이용될 목재로 적합하다는 보도를 듣고 이내 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송씨는 "숭례문 복원에 안면송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내가 보관한 안면송을 기증하게 되면 그만큼 안면송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문화재청에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재청의 발표도 송씨의 기증을 부추였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문화재청이 3년 이내 숭례문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나무는 건조기간만 3~4년이 걸린다"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문화재청의 발표에 이미 7~8년 전 구입해 충분한 건조를 마친 목재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증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소나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한국전력 태안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 한 후 안면도에 작은 펜션을 짓고 운영하면서 소나무 보호 운동 벌여 온 그는 소나무 애찬론가였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처럼 한국의 멋과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야말로 세계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며 "특히 안면송의 경우 보존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채해 타 지역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지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송씨가 기증한 소나무 안면송은 이날 기원제를 마치고 '숭례문 복원용 국민기증 소나무 이송차량'이란 플랜카드가 걸린 대형 화물차에 옮겨져 서울로 이송됐다.


#태안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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