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추운 날씨도 아니고 눈도 안왔는데 저 섬만 유난히 눈으로 덮여있네?"
"그러게? 이상한데."
나와 동생이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에 유람선을 이끌고 있는 선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선장의 간단명료한 설명은 우리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
난생 처음 대어 낚은 동생, 하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의 완연한 기운이 느껴지던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충남 태안의 최대 수산물 시장인 신진도 수산시장을 찾았다. 이미 수차례 와 본 적이 있어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는 처음이어서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다양하고 싱싱한 수산물들이 즐비한 수산물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가족들은 낚시를 하기 위해 낚시꾼들이 모여 있는 등대로 향했다.
등대에 도착하자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낚싯대를 차에서 내리고는 미끼를 구입하기 위해 낚시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미끼 뭘 써야 돼유?"
"큰 놈 잡으려면 미꾸라지 써야 되고, 아님 갯지렁이 써유"
"지렁이유? 애들이 있어서 지렁이는 그렇고 새우는 없시유?"
"새우도 있긴하지. 근디 새우쓰믄 잘 안잡힐건디 그래두 쓸려유?"
"예. 기냥 새우 줘유. 많이 잡아서 해 먹을 것도 아닌디유 뭘"
그렇게 미끼를 새우로 구입한 뒤 본격적으로 낚시를 할 등대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많이 풀렸다지만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서해안의 바다는 아직까지 겨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추운 날씨를 보였다.
자리를 잡은 지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입질 조차 오지 않던 동생의 낚싯대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온 거 같은데?"
"그래? 느낌 와?"
"어. 감아볼까?"
"얼른 감어"
힘차게 줄감기는 소리가 나더니 드디어 이 날의 첫 수확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는 학꽁치였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대물이었다. 손 맛을 확실하게 느꼈다는 동생이 한마디한다.
"와~ 태어나서 낚시로 물고기 첨 잡아봤네. 근데 손 맛 죽이네"
"내가 본 학꽁치 중에서 제일 큰 거 같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 가족 누구도 손맛을 보지 못했고 동생이 잡은 학꽁치가 처음이자 마지막 수확물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낚시에 흥미를 잃었는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산교육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어디 낚시가 뜻대로 되는 것인가. 허탈함을 뒤로 하고 낚싯대를 거둔 가족들은 다른 곳을 구경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안반도의 비경에 흠뻑 빠져들다
"어디 갈까? 뭐 보고 싶어?"
"식물원 갈까? 오다 보니까 이정표 있던데"
태안에 있는 난(蘭)과 허브 등 볼거리가 있는 오키드 식물원을 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등대를 떠나 신진항을 빠져나오려는데 여섯 살 난 조카가 유람선을 보더니 갑자기 유람선을 타자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오늘 유람선을 안 태워주면 집에도 안 갈 태세였다. 고집을 꺾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유람선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상의를 했다.
"어쩌지? 어차피 애들 좋으라고 식물원 가려고 했던 건데 이게 더 좋다면 이거 해야지 뭐"
"그려. 애들 유람선 태워줘. 나는 이것 한 두어번 타봐서 안 탈래"
"타려면 다 타야지. 다 같이 타자"
"비싸서. 다섯명이 타려면 오만원도 넘을 걸?"
굳이 몇 번 타봤고, 돈 아까워서 안 타겠다는데 동생은 꼭 같이 타야한다며 매표소로 가서 표 다섯장을 끊어왔다.
어른 셋에 아이 둘 해서 5만9천원의 거금을 주고 결국은 1시간 30분 코스의 유람선을 타기로 한 것이다. 계속해서 거부하던 나도 표를 이미 끊은 터라 어쩔 수 없이 유람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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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한 태안반도 기행 태안 신진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고 '서해의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태안반도 유람을 했다. 각종 기암절벽과 365일 하얀섬으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정족도', 중국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사자바위까지 볼거리가 풍부한 아름다운 태안반도 유람을 같이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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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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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리가 탄 유람선 '한라호'는 여(女) 선장 박은서씨가 운항하는 유람선으로 각종 언론매체에 알려져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으며, 100명을 정원으로 운항되고 있는 신진도 유람선 중 두 번째로 큰 유람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가족들이 탄 유람선 코스는 신진도 항구에서 출발해 목개도와 비밀의 섬 정족도를 거쳐 독립문 바위, 가의도, 사자바위, 마도를 마지막으로 관람한 뒤 출발지인 신진도 외항으로 순항하는 1시간 30분짜지 코스였다.
드디어 유람선이 후진을 하며 항로를 찾은 뒤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서해의 실크로드 태안반도 유람을 시작했다.
유람을 떠나는 배의 옆과 뒤에는 마치 유람선을 호위하듯 수많은 갈매기들이 따라붙었고,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며 한편의 쇼를 연출하고 있었다.
갈매기와 함께 떠난 태안반도 유람이 시작된 지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첫 코스인 목개도가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목개도를 지나 드디어 비밀의 섬인 정족도를 향해 유람선은 힘찬 항해를 계속했다.
잠시 후, 코스를 안내하는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비밀의 섬은 점점 눈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섬에 하얗게 덮여있는 것은 눈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비밀의 섬 정족도의 비밀은? 바로...
'물개섬'이라고도 불리는 비밀의 섬 정족도는 이미 한겨울이 지났고, 눈 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하얀 눈처럼 보이는 무엇인가로 뒤덮여 있었다.
"눈 아녀? 그런데 다른 섬은 안 그런데 여기만 눈 왔을리는 없고… 도대체 뭐지?"
"천상 눈 같은디?"
선장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선장의 설명을 들은 우리는 그때서야 '아~'하며 정체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보시는 섬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눈이 아니고 잠수의 달인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이로 인해 섬 전체가 하얗게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특히, 5~6월경이면 이곳에서 물개와 가마우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섬의 비밀은 가마우지의 배설물이란다. 또 5~6월경에 오면 그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하니 그 때쯤 다시 오고 싶어졌다.
비밀의 섬을 뒤로 하고 다시 유람선은 다음 목적지인 독립문 바위와 돛대바위 등 기암절벽을 품고 있는 가의도로 향했다. 이곳 가의도는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으로 기름유출사고시 피해를 입었던 섬이기도 하며 특히 은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가의도에서 잠시 머무른 유람선은 다시 다음 코스를 향한 힘찬 물길질을 계속했다. 가의도를 지난 유람선이 이동하던 중 멀리서 맹수의 포스를 풍기는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야생의 맹주 사자가 바다로 들어와서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자바위였다. 특히, 이 사자바위는 멀리 중국땅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전설의 바위로 전해진다.
"와~ 진짜 살아있는 사자가 바다위에 떠 있는 거 같네"
이렇게 감탄을 하고 있는 동안 유람선은 이미 사자바위를 뒤로 하고 마지막 코스인 마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마도는 섬의 모습이 말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년 내내 물고기가 많이 잡혀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곳으로 우리 가족들이 유람선을 타기 전에 낚시를 즐기던 등대와 연결된 섬이다.
특히, 이곳은 2007년 5월 고려청자가 대규모로 발견돼 더욱 유명세를 탄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여자바위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관광코스다.
마지막 코스인 마도를 지나 유람선은 많은 낚시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바다낚시를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등대를 지나 처음 출발지였던 신진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1시간 반동안의 태안반도 유람이 끝나고 유람선에서 내리자 그렇게 유람선을 타자고 졸랐던 조카는 이미 유람선에 질렸는지 엄마 품에 안겨 지킨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졸라대더니 별로 재미없었나보네"
"그러게. 춥기만 했지 뭐"
조카 덕분에 다시 유람선을 타고 서해의 실크로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록 피곤에 지쳐있었지만 비밀의 섬에 나타난다는 물개와 가마우치를 보러 5~6월경에 다시한번 유람선을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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