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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몸이 좋지 않아 잠시 낮잠을 청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왠지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이왕 잔 낮잠 아무 생각 없이 잤습니다. 일어나지 4시 30분쯤 되었습니다. 조금 잔다는 낮잠이 그만 밤잠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낮잠이 밤잠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잠잔 느낌보다는 더 피곤하지요. 안 되겠다 싶어 혼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집 옆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봄이 온다는 소식이 한 번씩 들린지라 혹시 봄 소식이 있을까 궁금해서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바깥 날씨는 생각보다 쌀쌀했습니다. 바람도 불었고, 낮은 기온 때문인지 공원에 거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싹을 틔우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지만 아직 앙상한 가지만 보일 뿐 봄 소식을 전하는 나무는 없었습니다.

 

실망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놀라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으로 겨우살이를 끝내고 봄살이를 시작하는 모습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도 있었고, 활짝 피어 찬 바람을 당당히 맞는 매화도 있었습니다.

 

 

매화를 보면 봄이 왔음을 압니다. 매화가 꽃망울 타뜨렸지만 아직 바람은 차가왔습니다. 겨울이 아직 시샘을 하고 있습니다. 잎샘이 남아 있지만 매화는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 몸을 기지개 펴게 했습니다.

 

 

꽃망울 터뜨린 매화나무 밑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모습입니다. 파란 하늘이 더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매화가 함께 어우러져 겨울과 봄이 동무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차가움과 따뜻함을 함께 느끼면서 자연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알게 됩니다.

 

 

매화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랗게 핀 꽃을 보았습니다. 하얀 매화가 있다는 노란 나도 있다고 자랑하는 모습입니다. 꽃 이름을 워낙 모르는 사람이라 노란 꽃망울 터뜨린 이 녀석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하얀 매화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자연은 하연색과 노란색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 달라도 상관없습니다.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를 서로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습니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하고, 시간이 지나면 떠나고,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와서 함께 동무가 되는 것이지요.

 

갑자기 까치 소리가 들렸습니다. 까치 세 놈이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암놈 한 마리와 숫놈 두 마리였습니다. 숫놈 두 마리가 암놈 하나를 두고 다투는 중이었습니다. 조금 후 숫놈 한 녀석이 암놈에게 선택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만 사랑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이 녀석들 사랑하는 모습 담았다는 이유로 사생활 침입으로 신고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까치사랑 까치가 그만 사랑하는 모습을 들켰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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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도 풀리지 않은 낮잠을 자고 후회했지만 매화와 이름모르는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을 보면서 낮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을 경험했습니다. 봄은 어떤 소식보다 우리를 기쁨을 충만하게 합니다.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살까요? 궁금합니다.


태그:#봄, #매화,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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