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수문봉과 보현봉, 형제봉에서 발원해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마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방하천인 홍제천을 아십니까?
1990년대 초 내부순환도로 교각이 유로를 따라 건설된 이후 소음과 분진은 말할 것도 없고 하천 생태계까지 망가져 건천으로 변해버린 홍제천, 지금은 지난 2003년 11월부터 사업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2006년 3월 착공된 자연형 하천조성 공사가 한창입니다. 올해는 유진상가 상류 구간의 자연형 호안 조성과 복개주차장 철거, 송수관로 연장, 하류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 및 산책로 조성(사천교-홍은교) 중에 있습니다.
관련해 홍제천 자연형 하천조성 공사를 추진한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생태계 복원과 쾌적한 친수공간 확보'를 명목으로 사계절 내내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는 유지유량(1일 40톤 가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는데, 시비 482억원과 구비 139억원 총 62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강~유진상가 1차구간의 자연형 하천 조성 공사를 완료한 지난 6월 26일에는 '홍제천 통수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날 통수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제천과 같은 곳에 물길을 열어 자연생태공간을 조성, 가꾸어 나가는 것은 서울의 매력을 높여가는 매우 중요한 계기"라며 "매력적인 수변도시 서울에 홍제천이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합니다.
대책없는 각종 개발사업을 늘어놓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경인운하 추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서울시는 현재 홍제천뿐만 아니라 탄천, 안양천, 중랑천 등 한강의 4대 지천을 한강르네상스의 콘셉트를 확장 적용해 개발 중에 있습니다. '자연형-생태 하천조성'이란 이름을 붙여서 말입니다.
암튼 홍제천 자연형 하천조성 공사 중인 서대문구는 "청계천이나 다른 하천과 달리 가장 자연에 가까운 하천이 홍제천"이라며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 기법(하천 바닥 방수처리 배제 등)을 이용해 공사중'이라 자랑하고 있지만, 하천 복원 방식을 둘러싸고 그동안 참 말이 많았습니다.
뜬금없이 춤추는 분수와 나룻배가 있고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아이들이 뛰노는 징검다리와 자전거도로, 산책로가 조성된 것만 보면 홍제천 복원사업은 성공처럼 보이지만, 실상 펌프를 이용해 강제로 물을 퍼올려 흘려보내는 것은 '거대한 어항'이라 비판받는 청계천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반생태적 도심 개발(뉴타운-재개발)에 따른 도심 하천의 건천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흙을 덮어 빗물이 흡수되지 못해 지하수가 부족해 하천으로 물이 유입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보다, 수 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류까지 국내 최장 길이의 대구경 수평 집수관을 설치해 한강 심층 모래자갈층의 원수를 취수해 펌핑하는 모습을 과연 '자연형-생태적'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특히 '깨끗한 하천수'라는 여과된 하류의 물은 기존 상류의 물과 성질이 달라 하천 생태계 교란의 우려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홍제천 부근은 원래 모래 밑으로 물이 잘 스며드는 지역이라 해서 사천 혹은 모래내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홍수의 우려가 있음에도 억지로 일정 유수량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는지 지역시민들에게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하천 전문가들로부터 실개천을 활용한 물 확보나 수자원의 다양한 재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와 고려가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적과 요구가 있었지만 서울시와 서대문구의 홍제천 자연형 하천조성 공사는 '녹색뉴딜'이란 색다른 개발 구호 아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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