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의 황금기는 언제 올 것인가? 시청률에서 상대 방송사 KBS 드라마에 밀려 몇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잠깐 <누나>로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 <내 인생의 황금기>의 경우 <엄마가 뿔났다>에 가려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고 극이 전개되는 내내 '막장 드라마'의 논란이 계속 되어왔다.
아마도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런 듯싶다. 우선 불륜과 이혼, 병과 결혼 반대 등 한국드라마의 단골 소재들이 총집합되어 있다. 이러한 점들이 극에 전개에 있어 진부함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막장 드라마의 논란으로 번졌다.
물론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일반 여타의 홈드라마와 특별한 차별점을 꾀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극의 전개 중간 중간 여자들의 고성방가, 부부의 다툼이 극단적으로 그려진 점도 없지 않다.
기획의도대로라면 월 메이드 드라마이러한 점들을 볼 때 막장드라마로서 분류가 되어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막장드라마= 高 시청률'이라는 공식이 있음에도 <내 인생의 황금기>는 황금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것의 원인은 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와 웰 메이드 드라마에서 어중간한 형태의 홈드라마를 지향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용 전개를 따져보면 드라마는 기획의도대로 착실하게 진행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의도를 보면 이러하다.
"이 드라마는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사랑과 결혼, 투병과 극복, 꿈과 좌절, 희망과 용기 등 일년 여간 이 가족이 겪은 모든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선명히 드라마는 갈등과 문제,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한 봉합으로 비로서 하나가 되어가는 이 가족의 일년 간의 기록, 그 사랑과 성장통이다."기획의도 대로 드라마에서는 가족들이 겪는 문제가 등장하면서 갈등하고 봉합하면서 단단한 가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정말 이렇게 정확하게 기획의도를 담아낸 작품은 찾기 힘들 정도이다.
특히 만세(장용)의 일가는 재혼가정으로 황(문소리)이 열 살 때 만세가 미자(김혜옥)와 재혼을 한 후 미자가 데려온 딸, 금(이소연)과 둘 사이에 낳은 아들 기(진이한)까지. 그리고 재혼가정으로 시작해 사실상 황과 금이의 관계가 썩 좋지 않으며, 금이는 생부 뒷바라지를 하며 공부도 포기한 채 부모와의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더 나아가 황의 결혼생활 문제, 금이의 결혼문제와 투병, 기의 꿈과 아버지의 바람 등으로 다양한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으면서 재혼가정이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특히 결말에서 이러한 기획의도를 완성하고자 노력한다. 황이 그 동안의 성과로 아동 출판팀의 정직원으로 채용되고, 신생아 용품을 사기 위해 들린 백화점에서 산통을 느끼게 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황을 만난 희경(박정수)은 손주의 출산을 지켜보며 그 동안의 미움을 잊고 마음을 다시 열게 된다.
금(이소연)은 경우(신성록)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복한 결혼식을 치른다. 신혼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완벽한 결혼은 없지만 노력하는 결혼이 있을 뿐이다. 노력하며 잘 살자"고 다짐한다. 금을 며느리로 받아 들인 경자(양희경 분)는 매사에 노력하는 금을 보고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고, 금은 다시 육상 코치로 복귀한다.
기는 병원 인턴 생활 중에도 뮤지컬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기의 진심을 알게 된 만세와 미자는 딱 1년만 뮤지컬 공부를 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만세와 미자는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처음에 너희들의 이름을 황, 금, 기라고 지었을 때 내 인생의 황금기가 올 줄 알았는데 늘 암흑기라고 투덜거렸어.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희들을 바라보며 지내 온 매일 매일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드라마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가족들이 일년동안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으려 했다. 사실상 일련의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닌 요소들이 등장했음에도 기획의도대로라면 충분히 월 메이드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다.
스토리 전개는 진부함으로 승부또한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점도 <내 인생의 황금기>가 칭찬 받을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서 구태의연한 전개와 내용이 지속되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점들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 진부함으로 느끼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즉, <내 인생의 황금기>는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그것을 기획의도대로 주인공들의 모습이 등장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서 여타의 드라마에서 밟았던 절차를 고스란히 밟으며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 점이 실패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가령 황이의 결혼문제에서도 첫 회부터 황이의 불륜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파격적인 전개가 펼쳐졌지만 그 이후에는 남편이 불륜 사실을 알고 갈등이 일어나면서 이혼에 이르고 이혼한 마당에 늘 그래왔든 황이는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리고 그 사이 시부모가 자신의 손녀라 믿었던 효은이가 친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결국 손자의 출산으로 그간의 미움을 단숨에 털어내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졸속 결론을 맺어버렸다.
이뿐이 아니다. 금이 또한 경우와 사랑과 결혼문제가 지루하게 전개되었다. 처음 부분에서 경우의 결혼과 결별이 오가면서 파격적인 전개를 선보이더니 이내 금이와 경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부터는 여타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전개가 그려졌다.
사랑을 확인 후 결혼문제에 있어 결혼반대, 투병, 그리고 결혼이 반복되면서 갈등에 갈등이 이어지면서 진부해진 사랑이 되어버렸다.
특히 이 사이 결혼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이의 엄마 미자와 경우의 엄마 경자가 고교동창으로 앙숙지간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자의 애인을 경자가 빼앗고 미자가 불임이 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둘의 싸움은 고성방가를 시작으로 몸싸움까지. 일련의 막장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일단락이 졸속으로 해결되면서 갈등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사이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혼 허락 이후에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과연 사람의 마음이 저렇게 쉽게 바뀔 수 있나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특히나 기가 사돈지간인 즉, 매형의 동생인 태영(이태임)과 사랑에 빠지면서 한국 홈드라마의 문제점이 또 다시 등장했다. 겹사돈의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늘 홈드라마에는 가족이 둘 아니면 셋이 등장하는데 모든 가족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시청자들에게 당연히 식상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드라마는 기획의도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스토리 전개는 이전 드라마와 차별화되지 못한 채 빛을 발하지 못하고 결말을 맺었다. 특히 모든 갈등이 한데 해소되며 좋은 게 좋은 식이라는 식에 해피엔딩으로 인생과 가족의 진정한 모습을 대사에서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가슴으로 닿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결국 MBC 주말드라마의 황금기는 다음 드라마에 기대를 걸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