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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8일 밤 '용산철거민참사 책임자 처벌 및 MB악법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철거민, 시민 수천명이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밤 '용산철거민참사 책임자 처벌 및 MB악법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철거민, 시민 수천명이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주말 발생한 용산 참사 시위대 경찰 집단 폭행을 둘러싸고 경찰과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사이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주장대로 수적 우위의 시위대가 경찰을 '이유 없이' 집단폭행 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시민의 통행권을 막고 마구잡이 연행을 시도하면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이라는 것이 범대위 측의 주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의 경찰 집단 폭행은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안, 동대문역 6번출구와 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 차도, 당산동 유통상가 앞 차도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시위대는 정보보고 중인 사복경찰관 혹은 행진을 가로막는 의경들을 향해 집단폭행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무전기 6대 등을 빼앗았다.

특히 혜화경찰서 소속 박아무개(36) 경사는 집단폭행 과정에서 무전기와 지갑 등을 시위대에게 빼앗겼고, 박 경사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박아무개(53)씨가 동대문역 인근 마트와 의류매장에서 17만원 상당의 점퍼 및 담배 등을 구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 밤 연행된 집회 참가자 8명 중 4명에 대해 경찰관 폭행 및 불법 집회시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신용카드 절도사건 용의자 박씨의 거주지에 수사팀을 급파하는 등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범대위 "잡혀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몸싸움"

 지난 2월 28일 저녁 '용산철거민참사 책임자 처벌 및 MB악법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서울 명동 입구 앞에서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에게 가로막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저녁 '용산철거민참사 책임자 처벌 및 MB악법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서울 명동 입구 앞에서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에게 가로막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용산 참사 범대위는 이날 현장 목격자 세 명의 증언을 공개하고 이러한 경찰의 설명을 적극 반박했다.

지난 주말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서울역 폭행 사건을 목격한 김아무개(남·43)씨는 "사복을 입은 남성 수십명이 '경찰이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서울역으로 내려가려던 시민들의 통행을 막아서 시민들과 남성들 사이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잠깐의 마찰이 있었다"며 "시민들이 경찰들을 폭행했다거나 이런 일은 못 봤다"고 밝혔다.

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의 차도에서 벌어진 집단 폭행 사건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의 증언은 경찰의 설명과 달랐다. 당시 종로5가역 방향으로 행진 중이던 이아무개(여·29)씨는 "시위대가 5분 정도 행진을 했을 때 갑자기 종로5가 방면에서 전경 100여 명들이 몰려와서 경고방송 없이 방패로 시민들을 밀쳐내며 마구잡이로 연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행진 참가자들이 200여 명 쯤 된 것 같은데 전경 100명 정도가 가로막은 뒤 사복체포조 100여 명이 몰려와 경찰과 시민들의 숫자가 엇비슷한 상황이었다"며 "사복체포조가 왔을 땐 이미 행진을 하던 사람 모두 인도로 올라가서 해산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뒤늦게 도착한 사복체포조가 인도 위에 올라서 있던 시민들마저 연행하려고 했다, 여성 참가자들이 꽤 많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항의해도 막무가내로 때리는 등 10명도 넘는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며 "사람들이 잡혀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몸싸움인데 시민들이 경찰을 폭행했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당산동 유통시장 앞 상황에선 오히려 경찰이 시위대를 과잉진압하며 시민 다수가 다쳤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영등포역 방향으로 행진 중이던 박아무개(남·30)씨는 "80명 정도가 행진 중이었는데 영등포시장 부근에 이르러서 경찰들이 갑자기 방패를 휘두르며 대열 앞을 치고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이어 "'왜 잡아가냐'고 항의하는 사람들마저 방패로 찍으면서 경찰이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방패에 찍혀서 많이 다쳤다"며 "경고방송도,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이 무조건 시민들을 연행했던 경찰의 행동은 과잉 진압일 뿐더러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절도 용의자 박씨=시위참가자?... 범대위 도덕성 위기

 지난 7일 밤 9시 23분경 동대문역 인근 마트에서 박 아무개 경사의 신용카드로 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용의자 박 아무개(53)씨
지난 7일 밤 9시 23분경 동대문역 인근 마트에서 박 아무개 경사의 신용카드로 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용의자 박 아무개(53)씨 ⓒ 김환

이번 집단폭행사건의 또 다른 주요축은 박 경사의 신용카드를 도용한 박씨가 시위대 중 한 명인가 여부다. 이미 경찰의 추정대로 용의자 박씨가 시위에 참가해 박 경사를 폭행한 뒤 지갑을 절도했다면, 범대위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찰은 이미 박 경사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용의자 박씨를 시위대 중 한 명으로 판단내렸다. 박씨가 지난 1월 4일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불법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는 등 6차례에 걸쳐 형사입건된 전력이 있고 피해자인 박 경사 역시 용의자 박씨를 당시 현장에서 자신을 폭행한 이 중 한 명이라 지목했다.

그러나 범대위 측은 "용의자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그 시각 다른 사람들은 종로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었다"며 "설령 이 사람이 시위를 하러 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은 신용카드 절도사건일 뿐, 시위와 무관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범대위 측은 또 "지난 설 연휴 용산참사 현장에서 발생한 전경차량 방화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경찰은 전철연 조끼를 입은 사람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여 아무 근거도 없이 전철연을 매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번 사건은)촛불추모제와 범대위를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경찰의 전형적인 사기행각"이라고 주장했다.

홍성만 범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우리도 자체 조사 중"이라며 "용의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진 뒤에야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서장 '전쟁 상황' 운운... "경찰 폭력행위 정당화하려는 의도 의심"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 제3차 추모범국민대회'가 열린 지난 2월 7일 저녁 서울 종로 탑골공원 맞은편에서 경찰이 인도 위 어린아이, 노약자 등 시민들과 취재중인 기자들을 향해 무차별로 색소를 뿌리고 있다. 시사영어사앞 인도에 한 가족에게도 색소가 뿌려져 부모뿐만 아니라 부모의 손을 잡고 있던 어린아이의 얼굴과 옷에도 색소가 뿌려졌다. 부모와 주변 시민들이 어린아이에게까지 색소를 발사한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 제3차 추모범국민대회'가 열린 지난 2월 7일 저녁 서울 종로 탑골공원 맞은편에서 경찰이 인도 위 어린아이, 노약자 등 시민들과 취재중인 기자들을 향해 무차별로 색소를 뿌리고 있다. 시사영어사앞 인도에 한 가족에게도 색소가 뿌려져 부모뿐만 아니라 부모의 손을 잡고 있던 어린아이의 얼굴과 옷에도 색소가 뿌려졌다. 부모와 주변 시민들이 어린아이에게까지 색소를 발사한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번 사건에 접근하는 경찰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강희락 신임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이날 잇달아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법 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영등포서 소속 김아무개(27) 순경을 위로 방문해 "차라리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했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 우리로서도 답답하다"는 말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된 송경동 시인 등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연행된 이 중 한 명을 제외하곤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들의)진술을 들으니 당시 경찰이 여성 참가자들을 과격하게 진압하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충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또 "무전기를 뺏었다고 진술한 사람도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이라 진술의 신뢰성이 의문이 가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이번 집단폭행 사건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임태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지원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의 말에 따르면 10여 명이 경찰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하는데 채증된 사진이나 동영상 증거가 있다면 이미 (그 10여 명에 대한)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며 "지금 경찰이 벌이고 있는 '카더라'식의 수사방식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대변인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고, 신용카드를 뺏은 것은 수사를 해서 법에 따라 조치를 하면 되는 문제인데 이를 계기로 정당한 집회를 전쟁 상황에 비유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며 "점점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경찰의 폭력행사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용산참사#경찰 집단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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