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는 허비베이(Hervey Bay)로 정했다. 허비베이 바로 앞에는 관광지로 유명한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가 있고, 지도상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워 보여 목적지로 정한 것이다.
가는 길에 거쳐야 하는 일본과 한국의 관광객이 즐겨 찾는 퀸즐랜드(Queensland) 에 있는 브리즈베인(Brisbane)과 골드코스트(Gold Coast) 는 예전에 몇 번 와 본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들르지 않고 목적지인 허비베이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 골드코스트 시내로 들어섰다. 고속도로 입구를 놓쳤기 때문이다.
시드니는 아직 추워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기를 꺼리지만 이곳 골드코스트는 한여름이다. 해변에 있는 임대 주택들은 관광도시답게 사람들로 북적인다. 백사장에는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에서 피부를 태우는 젊은 남녀가 많다. 그라프톤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잠깐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그리고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골드코스트 백사장을 바라보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약 650킬로 정도 가야 하는 길이기에 지나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운전만 하였다. 목적지에 숙소가 예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어둡기 전에 도착해 숙소를 찾아야 한다.
가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공원에 들렸다. 몇 대의 캐러밴이 주차해 있다. 캐러밴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공원에 차를 세워놓고 하루 이틀 지내다 간다. 캐러밴 파크처럼 돈을 낼 필요도 없으며, 공원에는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는 새로 만난 사람들과 같이 앉아 모닥불을 피우며 여행담을 나누며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주고받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점심을 먹으며 자연스레 옆 자리에 앉아있는 중년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드니에서 3시간 정도 북쪽에 있는 뉴캐슬(New Castle)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데 이번이 세 번째로 호주를 도는 중이란다. 가끔 3달 정도 시간을 내어 호주를 여행한다고 한다. 자동차도 버스 정도 크기의 캠퍼벤 (Camper Van) 이다. 캠퍼벤은 자동차 안에 여행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움직이는 작은 집이나 마찬가지다. 크기는 2인용인 우리나라 봉고차 크기로부터 버스크기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중년 부부는 우리가 처음으로 호주를 여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주인 특유의 자상함을 보이며 이런저런 정보를 주기 시작한다. 어디에 가면 휘발유 값이 비싸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몇백 킬로를 갈 동안 휘발유 넣을 곳이 없으니 어느 도시에서 휘발유를 꼭 채워야 한다는 등.
내가 만난 호주 사람들은 친절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기차를 어디서 타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다. 그때 한 나이 많은 호주사람이 내가 타야 할 전철까지 층계를 오르내리며 안내해 준 적이 있었다. 이제는 시드니도 복잡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인심이 각박해져서 그런지 그러한 친절은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시골에 와 보면 아직도 그러한 친절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인간이 환경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 인간을 만드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