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동구의회가 일부 구의회 의원들에 대한 예우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강동구청을 상대로 행정사무에 대한 조사권을 발동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11일 강동구의회 제16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발의로 상정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관련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이 재적의원 18명 중 10명의 표결로 통과된 것.
이번에 통과된 행정사무조사의 목적은 공무원이 행동강령에 어긋나는 사례들을 자행하고 있고 차후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행사에서 관권선거를 예방한다고 되어 있다. 조사할 사안의 범위를 살펴보면 각종 행사 시 일정변경을 통보하지 않았거나 참석한 구의원에 대해 인사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번 강동구의회의 조사권 발동에 대해 구의회 안팎에서 일부 정당 구의원들의 정치공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 소속의 구청장이 선출된 지역이다. 구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던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들과 지구당 관계자들이 구청 행사에서 예우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것.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조사권 발동 표결에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 유력시되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전원이 찬성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일부 의원 "부끄럽다"... 시민단체 "사태 책임 분명히 물을 것"
오후 4시 30분까지 계속된 이날 본회의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지방의회의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가 그대로 연출됐다"며 "이런 목적의 조사특위는 들어본 적도 없고 함께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괴감마저 든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구민을 위한 정치를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구청 행사에서 예우를 안 해줬다는 이유로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것은 구의회 전체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50만 구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개탄했다.
이번 결정으로 행정사무조사를 받게 된 공무원들의 탄식도 이어졌다. 구청 한 간부는 "구의회에 구청 행사일정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것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냐"고 묻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이러한 결정은 구의회의 직권남용이며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상정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논의해야 할 의회에서 사소한 트집으로 구의원 예우나 운운하는 것이 상식적인 의정활동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강동구의회의 이번 조사권 발동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강동구 주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요즘 같은 경제상황에서 구의원들이 구청 예우를 받겠다고 조사권 발동하는 게 말이 되느냐.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각오로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구의원들이 주민의 대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런 구의회라면 주민들이 나서 구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며 "향후 주민들과 함께 이번 사태로 빚어진 피해에 대해 해당 구의원들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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