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13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의 공천배제도 고려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인 모양이다. 정 전 장관 측과 민주당 지도부의 정면충돌의 양상마저도 보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1년 독주로 무너진 의회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원내진출이 민주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지금은 지지율 답보상태에 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 넣을 인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반겼다.
반면에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지역구에 나와야 하나, 민주당이 지역당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 있다, 개혁공천을 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전 대변인 최재성 의원은 "(정동영의) 출마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역 민심에 대한 고려보다 수도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가 공천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는 여러 차례 전주 덕진의 경우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언론들도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겨레>신문은 "자기 희생보다 개인 이익을 앞세운 정동영씨"라는 13일자 사설을 통해 다소 감정적으로 정면공격하고 나섰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도 어느새 정당정치 60년이다. 외형적 민주주의 국가 60년이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다. 과연 지금 민주당 지도부의 지금과 같은 행태가 민주적 정당에서 나올 법한 사고방식인가. 너무나 비민주적이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은 지역구 나오면 안 된다?
민주당 지도부에 묻는다. 첫째,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은 지역구에 나오면 안 된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지만, 스스로 국회의원을 폄훼하지는 말자. 국회의원도 엄연한 국민대표기관이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은 지역구에 나오면 안 된다면 문국현 의원은 뭐고, 또 이회창 의원은 뭔가. 무엇보다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도운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대통령 후보는 계속 대통령 선거에만 나와야 하나. 정계 은퇴를 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둘째, 민주당이 지역당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 있다? 민주당이 전주 덕진에 타지역 태생의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타지역 인물 공천하면 지역당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스스로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민주당은 지역당이다. 우리나라 정당정치 60년 동안 지역정당 아닌 곳이 없다. 현 한나라당도, 선진당도 지역정당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 지역 국회의원들의 국회 활동과 행태가 문제될 수는 있어도 그 지역 출신이 지역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셋째, 개혁공천을 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개혁공천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마저도 개혁공천의 경우 배제되어야 한다면 민주당 자체 존립 이유가 없다.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 후보마저도 개혁의 대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라면 말이다. 혹시 민주노동당 후보, 진보신당 후보라도 영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민주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전략공천은 무엇인가넷째, '전략공천' 한다? 민주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전략공천이 무엇인가. 지역민심은 배제된 채 전략공천이 지도부가 낙점하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순수한 의미의 전략공천이 아니다. 당규에 따라 전략공천이 합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누구는 배제한다는 식의 전략공천은 이미 비민주적이고 지도부 입맛에 따라 사천의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어 그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다섯째, 전주 덕진 지역 민심이 아니라 수도권 민심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과 전주 덕진 지역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를 보여주는 발상이다. 전주 덕진에는 민주당에서 공천해주는 사람을 뽑아주게 되어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오만이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초하는 이유다. 이는 전주 덕진 선거권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짓이다.
여섯째, 정동영이 바로 공천 달라고 했나? 아니다. 정동영 전 장관도 공천 신청을 하고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하면 된다. 여론조사 등도 공정하게 하면 된다. 상향식 공천의 민주성 자체를 몰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전주 덕진 지역구민들의 의사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뽑겠다는 식의 발상은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방의회의원과 다르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해서 국가 전체의 일을 다룬다. 그렇다면 전주 덕진 선거구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리부터 전주 덕진 민심은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정략적이다.
비민주적으로 사고하는 민주당... '불임정당'이라 놀림 받은 이유이명박 정부가 비민주적이라고 일갈할 일만은 아니다. 현재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불임정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사고방식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비민주적으로 사고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있는 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가 말하는 전략공천이 도대체 무엇인가. 4·29 재보궐선거에 진정으로 전략은 있는가.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이지 민주당 내부의 역학관계를 생각하고 사적 이해관계로 스스로 내부분란을 자초할 때가 아니다.
이제 곧 민주당 4·29 재선거 공천심사위가 구성되고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제발 눈앞의 정략적 이해관계만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 4년을 살아가야 할 국민들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주 덕진 선거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발상부터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