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혹한을 뚫고 살포시 고개 내민 매화는 고고하고 은은한 기품으로 인해 깐깐한 선비들이 좋아했다지요? 고고함과 은은함이 깐깐함과 '통'했다나요.
보통 매화는 '청매'와 '홍매'로 구분되지요. 청매가 안빈낙도(安貧樂道) 선비의 기품을 상징한다면, 홍매는 구중궁궐에 머무르던 선비들이 좋아했다지요, 아마.
여수시 소라면 현천 나들이에서 매화를 보았습니다. 광양에선 매화축제가 한창이라던데 이곳 남녘 여수에도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광양과는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광양이 기업형 농군 모습이라면, 현천은 소작 농군이랄 수 있겠지요.
"저건 매화가 아니라 팝콘 같네요!"
"매화 향이 은은하게 묻어나네요. 마치 녹차 마신 후 입안에 남은 향처럼 말예요."
아내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시다시피, 매화는 튀는 향이 아닌 은근한 향기가 매력이지요. 이게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비결일 것입니다. 부부 관계도 이처럼 은은한 향이 있어야 한다지요?
"야! 저기 봐요. 저건 매화가 아니라 팝콘 같네요."
아이들 표현입니다. 아이들은 연상하는 게 새롭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진한 분홍빛 꽃망울, 살살 터지려는 꽃봉오리, 반쯤 피어난 매화, 활짝 핀 꽃의 자태가 팝콘을 연상하게 하네요. 하나 따 입에 넣으면 바삭바삭 소리 내며 입속에서 터질 것만 같네요.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와 움츠렸던 우리네 가슴을 매화처럼 활짝 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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