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13일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가운데, 친노계의 핵심인사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공천 반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안 최고위원은 14일 정 전 장관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한 사람인 저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공천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에도 "자기 지역구(서울 동작을)를 이탈해 공천을 달라는 격"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례대표 끝번을 받고도 원외에서 정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에 '국회의원 정동영'이 필요한 게 아니다"
먼저 안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의 공천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재보궐선거 구도를 방해한다'는 점을 들었다. 정 전 장관의 출마가 재보궐선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안 최고위원은 "전주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지역이어서 중량급 후보가 필요한 선거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수도권 선거"라고 말했다.
"선거는 구도가 매우 중요하다. 구도는 힘을 모으는 일이다. 차력사의 벽돌격파처럼 이슈를 모으고 관점을 모아서 여론을 끌어내야만 이길 수 있다. 정동영 고문의 출마는 이런 전선을 다 희석시킨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의 정치 재기전'으로 주목될 것이기 때문이다."안 최고위원은 "정동영 후보의 정치 재기가 재보궐선거의 이슈와 구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4월 재보궐선거는 고스란히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냐 아니냐' '악법이냐 저지냐'로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최고위원은 "정동영 후보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원내에 들어오는 것이 민주당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며 "(하지만 민주당에) '국회의원 정동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고문이 국회에 들어오면 1인 100표라도 행사한다는 말씀인가. 당 지지율이 하루 아침에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게 뛰어오르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바뀌기라도 하나."안 최고위원은 "우리 당에서는 기라성 같은 많은 중진 정치인들이 있다"며 "그분들의 역량이 모자라 오늘의 (민주당) 현실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땅 짚고 헤엄치는 전주 선거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체면만 깎고 전국 재보궐선거 구도를 어렵게만 만들 것"이라며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역사와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공천심사에서 탈락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천에 자신감을 보였다.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