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정석비행장(제동목장에 위치한 비행기 조종사 훈련장)을 지나 서귀포시 가시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높이 8미터, 지름 50미터 정도의 '크립토돔'이 보인다.
크립토돔이란 마그마가 지표하(지하)에서 굳어진 것으로 용암돔(마그마가 지표상에서 굳어진 것)과 반대되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무리를 지어 형성되고 있으며 최대의 크립토돔이다.
이 크립토돔은 수만년 전 제주 섬의 역사를 간직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아직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곳이기도 하다.
크립토돔은 원래 지하에 생성된 돌이 침식 작용으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지상으로 돌출된 것이다. 주변에 조그만 크립토돔이 여럿 있다.
정상부분과 아래쪽에 일부 침식되어 보리수, 동백나무, 조록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다.
가시리 크립토돔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크립토돔으로 돌 색깔이 연회색과 검정 점박이로 마그마의 퇴적 형태를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현상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 크립토돔이야 말로 제주도가 형성된 역사를 짐작 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입을 모우나 아직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는 오랜 기간 동안 화산활동과 그에 따른 지질이 변동이 일어난 지대로 어딜 가나 화산지형의 원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화산이 만들어낸 신비의 섬, 환상의 섬이기에 이에 따른 옛 이야기도 가장 많이 전해 오는 신들(1만8천여 개)의 고향이란 말도 한다.
이 크립토돔 정상에는 '행기물'(놋그릇에 담긴 물)이 있다. "설문대할망이 오랜 옛날 밥을 지어 먹으러 송당목장에 갔다가 물이 부족하여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솟덕바위 옆에 앉아 애월 '하물'을 떠다 밥을 지어 먹고 '숭늉'(밥을 지어 먹고 난 후 솥에 조금 탄 밥알을 물에 헹궈 내어 먹는 물)을 놋그릇에 담아 올려놓았던 곳이라 하여 아직도 그 물이 마루지 않고 고여 있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