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3월 16일 일제고사를 반대하였다가 파면 해임된 서울 교사 7명 전원에게 해임을 결정하였다. 이어서 교원소청을 진행 중인 강원도 교사 4명과 서울 교사 2명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돼 더욱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원소청위원회인가, 교원숙청위원회인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 의외라는 사람들과 예상대로라는 두 부류가 있다. 의외라는 사람들은 건전한 상식과 이 나라의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에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 시민들을 비롯하여 그들의 제자와 학부모들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예상대로라는 사람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경험해본 적이 있고,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이미 군사독재시대로 회귀했고,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붕괴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교육을 빙자하여 반교육적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현 정부와 서울교육청에 대해서 더 이상 믿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원의 지위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인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특별기구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런 설립 취지가 무색한 결정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사학비리를 폭로한 교사를 명령불복종과 명예훼손 어쩌고 하면서 해임하지를 않나, 성추행하고 뇌물수수한 교장들을 자기편이라고 봐주지를 않나….
그래서 이미 그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아니라 '교원숙청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이번에 다시 한 번 이를 만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왜 교원소청심사위원들은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가?
애초에 이번 징계가 교육청의 독자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교과부에 의해서 강요된 것이라는 측면이 많이 있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과부 장관 산하의 특별기구라는 점에서 교과부와 청와대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교원소청위원회가 교원숙청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는 이번 결정이 있기 직전에 단행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의 경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전 위원장이었던 김왕복 위원장은 소위 교과부 내의 좌파인사로 분류되어 좌천도 아니고 완전히 옷을 벗고 교과부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뒤 새로 부임한 김동옥 위원장에 의해서 거의 처음으로 내려진 결정이 이번 일제고사 파면 해임 교사 사건이다.
교원소청위원회가 교원숙청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위원회의 위원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징계 당사자인 교사 대표는 없고 거의 전원이 징계권자 대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위원 구성은 너무나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 위원구성을 보면 징계권자인 교과부 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비롯한 2명의 교육관료가 있다. 당연히 교과부는 징계권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징계권자인 교장 출신(임명 시에는 교장이었으나 현재는 교육연구정보원장)이 있고, 사립학교 교장 출신인 이사가 사학법인을 대표하여 있는데 이 역시 징계권자 단체이다.
그리고 한국 최대의 교원단체라는 교총에서 추천한 외부인사가 있는데 교총 역시 일반교사들도 있지만 교장을 중심으로 하여 운영되는 단체라는 것을 부인하기가 쉽지 않다.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만들어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이 대부분 징계권자를 대표하는 위원들이다. 징계 대상자인 일반 교사를 대표하는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일반 노동자의 해고 구제 결정을 하는 비슷한 성격의 노동위원회의 구성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노동위원회는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과 노조가 추천하는 노동자위원, 그리고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사용자 위원이 항상 동수로 구성되어 있어 형식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교장 징계 사건의 취소 또는 감경 비율이 일반교사보다 2배나 높다
이미 이전부터 교장과 교원에 대해서 너무도 편파적으로 결정하여 왔다. 2006~2008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 초중등교원 징계 사건 관련 404건 중에서 절차상 하자와 징계시효 도과로 취소된 사건과 교감 관련 사건을 제외한 317건 모든 사례를 교장과 교사 사건으로 구분하여 분석해본 결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교장에게는 너무 후하고, 교사에게는 너무 박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교장에 관한 징계 관련 사건의 심사에서 취소 또는 감경 비율은 38.7%였던 데 비해, 일반 교사 징계 사건의 취소 또는 감경 비율은 18.5%로 교장 징계 사건의 취소 또는 감경 비율이 일반 교사보다 2배나 높았다.
동일한 사건(금품수수, 공금 횡령)의 최종 징계 양형에 있어서 교장보다 교사들의 중징계 비율이 훨씬 높고, 특히 파면 해임도 많다.
2006년~2008년 금품 수수와 횡령 관련 징계 사건으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한 사건에 대한 심사 결과, 교장의 경징계 비율이 77.8%(중징계 비율 22.2%)이며, 특히 파면 해임 비율은 22.2%이다. 그러나 일반교사의 경징계 비율은 33.3%(중징계 비율 66.7%)이며, 파면 해임의 비율은 44.4%이었다.
동일한 사건인 금품 수수와 횡령 사건 관련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교사의 중징계 비율이 교장의 3배이며, 파면 해임의 비율도 일반교사가 교장보다 2배나 높다. 학교의 수장이라는 대표성에 있어서 일반교사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장에게 오히려 더 낮은 징계가 내려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자료이다.
교원소청심사위의 존재 근거 부정... 폐지 여론 거셀 것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그동안 성추행, 뇌물 수수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너무나 관대하게 처벌하고, 사학비리 고발, 정부 정책 반대 등에 대해서는 너무도 엄하게 결정해 왔다. 과연 이들 성추행, 뇌물 수수 등 비리 교사들보다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이 더 큰 죄를 지은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답해야 한다.
이번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에 대한 해임 확정으로 인하여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설립 근거인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배반했다.
다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원숙청위원회의 오명을 쓴 채 폐지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인천 용일초의 상습 폭행 교사에 대한 복직 판결과 충북 탄금중 성추행 교장의 복직 판결에 뒤이어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