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봄은 진달래가 피어야봄을 언제부터 봄이라고 할까? 남도에서는 봄이 오면 피부로 느낀다. 가장 먼저 바람이 달라진다. 아무리 추워도 바람이 살랑거린다. 그리고 매화가 피어난다. 군데군데 피어나는 매화는 봄이 왔음을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진정한 봄의 제왕은 따로 있었으니…. 붉게 피어나는 진달래다. 온산이 진달래가 여기저기서 피어날 때 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남도의 산은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 봄이 넘쳐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길을 막아서는 길마가지 꽃여수반도에서 다리를 건너 돌산도 끝자락으로 달렸다. 남도의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금오산으로 오르는 율림치로 올라서니 주차장이 한산하다. 다들 꽃축제 구경갔나?
산길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혼자 산길을 걷는다.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길마가지꽃이 노란 웃음을 보이며 길을 막아선다. 참 이름도 좋다. 이름과 같이 산길 옆으로 피어서 살짝 웃으며 나를 유혹한다. 말 그대로 길을 막아선다. 아직 피지 않은 꽃몽우리는 마치 산타크로스 선물을 가득담은 장화를 걸어 놓은 것 같다. 길 옆으로는 노루귀들이 제풀에 지쳐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하얀 구름이 검은 구름이 되고 얼마 오르지 않아 바다가 보인다. 야! 바다풍경이 시원하다. 근데 왜 바다가 군데군데 검지? 처음에는 바다가 너무 맑아 속이 비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검은 빛이 조금씩 움직인다.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구름이 바다에 그림자를 만들어 바다로 떠다니고 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도 파란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검은 빛이 된다. 하늘과 바다는 같은 파란색이건만 구름은 다른 색으로 빛난다. 하얀 것과 검은 것은 같은 것일까? 햇살을 가득 담고 있는 바위에 앉아 바다에 떠다니는 구름을 한참 본다.
얼마 오르지 않아 정상에 선다. 정상이래야 323m다. 싱겁게 올랐지만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너무나 좋다. 바다 위로 다도해가 올망졸망 떠 있다. 꽃을 찾아 왔는데 바다경치에 넋을 잃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구불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파란 시내버스가 춤을 추듯 들어선다. 봄에 절로 흥이 나는가 보다.
노란꽃은 생강나무, 붉은 꽃은 진달래산길에는 수줍은 길마가지. 어린애 같은 생강나무꽃, 봄처녀처럼 화사한 진달래가 여기저기 피었다. 초봄에 서둘러 핀 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직 새싹이 돋지 않았는데고 무엇이 그리 성급한지….
향일암 바로 위에 솟은 작은 금오산에 섰다. 시선이 끝나는 곳에서 바다는 하늘과 만난다. 바다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생강나무가 바다를 보고 피었다. 아마 봄이 오는 곳을 향하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