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금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 아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17일 오후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열린 '위기시대, 대학생의 역할과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충남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대전시민광장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날 특강에서는 최근 정치인들의 강연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1500여 명의 학생과 일반시민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유 전 장관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장관은 한 학생의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일종의 '도그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감세하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져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른바 '래퍼곡선(Laffer curve)' 이론에 근거한 경제정책으로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발생시킨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실패 모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도 세금을 깎아 주면 더 일을 많이 하고, 투자를 많이 해서 나중에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도 아니"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747'과 '대운하' 였는데, '747'은 경기침체로 아예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 앉아 버렸고, '대운하'는 국민들의 반대로 못하고 있으니까, 한다는 것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예비 후보의 공약이었던 '줄푸세', 곧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는 바로 그 공약을 실천하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또 현 시대 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더욱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국가를 사유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국민들을 회장님이 세운 건설회사의 직원들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대통령이 섬겨야할 이 나라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건설회사 직원취급하면서 '말 안 들으면 자른다'고 협박하듯이 '말 안 들으면 잡아간다'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
유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이 정권은 경찰도, 검찰도, 대법원도 사유화하고 있고, 심지어 언론까지 사유화하려고 법을 내 놓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시민단체까지고 맘에 안 들면 공격하고, 잡아가고 그런다"며 "대한민국은 지금 헌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 놓고 있다"며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가장 좋은 통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서 다스리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정치는 이익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도덕으로 훈계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형벌로 국민을 겁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고 하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이 밖에도 학생들에게 "좋은 리더는 그 집단 구성원들이 각각의 역량에 따라 그 집단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며 "그러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집단, 곧 학교와 단체, 지역사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더 많은 봉사와 연대, 참여하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