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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자락 구례 상위마을. 샛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펴 들판의 색깔까지도 노랗게 물들인 것 같다.
지리산 자락 구례 상위마을. 샛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펴 들판의 색깔까지도 노랗게 물들인 것 같다. ⓒ 이돈삼

봄인가 했더니 벌써 초여름 같은 날씨다. 17일 낮 기온이 20도를 넘었다고 하니 초여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성 싶다. 이 따스한 햇살에 봄꽃들이 몸 둘 바를 모르고 앞을 다퉈 꽃을 피우고 있다.

 

매화, 산수유꽃이 절정이다. 개나리, 진달래꽃도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렸다. 바야흐로 봄꽃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그 봄꽃 중에서도 노란색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산수유꽃이 만개한 지리산 자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예전엔 노란색하면 개나리만 생각했던 게 사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산수유꽃이 더 멋있게 보인다. 산수유의 노란색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만 같다.

 

 봄꽃여행을 나온 한 가족이 산수유꽃 활짝 핀 마을길을 따라 걸으며 봄향기를 만끽하고 있다.
봄꽃여행을 나온 한 가족이 산수유꽃 활짝 핀 마을길을 따라 걸으며 봄향기를 만끽하고 있다. ⓒ 이돈삼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 산수유꽃 흐드러지게 핀 이 곳이 이른바 '산수유마을'이다.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 산수유꽃 흐드러지게 핀 이 곳이 이른바 '산수유마을'이다. ⓒ 이돈삼

 

지리산 기슭 개울가에 활짝 핀 노란 꽃망울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샛노란 빛깔과 작은 몸체, 독특한 향에 산수유 꽃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마을 개울가의 물빛마저도 노란색으로 뒤덮을 만큼 산수유꽃이 절정이다.

 

산수유 군락지는 지리산 자락,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뒤편을 일컫는다. 오래 전부터 산수유의 고장으로 알려진 구례는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 만복대(1433m) 서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위안리 상위마을 일대는 산수유가 지천이다.

 

주택가, 골목길은 물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산수유 꽃이 피었다. 마을이 온통 노랗게 채색됐다. 가장 윗마을인 상위마을 정자에 오르면 흐드러진 산수유 꽃더미가 발아래 지천으로 펼쳐진다. 어릴 적 많이 불렀던 동요 속 '꽃피는 산골'이 여기를 일컫는 것만 같다.

 

 활짝 핀 산수유꽃을 찾아 지리산 기슭을 찾아든 여행객들이 논밭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까지 따사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활짝 핀 산수유꽃을 찾아 지리산 기슭을 찾아든 여행객들이 논밭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까지 따사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이돈삼

 넉넉한 지리산과 어우러진 산수유꽃. 샛노란색이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넉넉한 지리산과 어우러진 산수유꽃. 샛노란색이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 이돈삼

 

산수유꽃이 방울방울 피어나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개했다. 온 산자락과 마을에 밤사이 누군가 노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내 몸도 마음도 노랗게 물드는 것 같다. 지리산과 저만치 보이는 섬진강까지도 온통 노랗게 물든 것 같다.

 

옛날 중국 산둥성에 사는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가져와 심었다는 산수유. 샛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는 꽃을 떨어뜨린 자리에 초록색 열매를 매단다. 그 열매가 가을이면 빨갛게 익어간다.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산수유나무가 지천인 마을의 풍경도 가을의 운치를 더해 준다.

 

이 산수유는 겉보기에 달고 맛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는 떫고 신맛을 지닌다. 하여 사람들은 술에 담그거나 차로 끓여 마신다. 한의학에선 약재로 사용한다. 간과 신장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체질을 강화시킨다고 한다. 여성과 노인들의 건강에 특히 좋단다.

 

 산수유꽃 활짝 핀 구례 상위마을. 이곳에서는 19일부터 지리산 산수유꽃축제가 펼쳐진다.
산수유꽃 활짝 핀 구례 상위마을. 이곳에서는 19일부터 지리산 산수유꽃축제가 펼쳐진다. ⓒ 이돈삼

 

꽃이 활짝 피자 여기저기서 산수유꽃축제 준비도 한창이다. 산수유 꽃무더기 사이에 무대를 설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꽃그늘을 피해 그늘막을 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산수유꽃축제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동안 이곳 산동면 온천지구에서 펼쳐진다.

 

산수유의 풍년을 비는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소달구지 타고 산수유 군락지 돌아보기, 산수유꽃길 걷기, 산수유보약 다리기, 산수유 씨앗 주머니 던지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일요화가 스케치, 전국 어린이 사생대회 등 문화행사도 다양하다. 산수유 봄바람 연주회, 농악과 창작예술극 공연, 노래자랑 등 여흥거리도 마련된다.

 

샛노란 산수유꽃으로 노랗게 채색된 마음에 하얀 꽃물을 들이는 것도 아름답겠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섬진강변 매화도 절정이다. 활짝 핀 매화로 인해 하얗게 변한 산이 잔잔하게 흐르는 섬진강물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매화꽃잎 흩날리면 풍경도 가슴 아찔하다. 광양매화문화축제도 한창이다. 축제는 22일까지 계속된다.

 

 광양 섬진강변에는 매화가 활짝 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섬진강을 배경으로 만개한 매화(오른쪽)와 그 꽃을 감상하고 있는 어린이들(왼쪽).
광양 섬진강변에는 매화가 활짝 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섬진강을 배경으로 만개한 매화(오른쪽)와 그 꽃을 감상하고 있는 어린이들(왼쪽). ⓒ 이돈삼

 

노란 산수유와 하얀 매화가 어우러지는 지리산과 섬진강변, 구례와 광양으로 정한 주말 여행일정이라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코스가 아닐까 싶다. 매화 핀 섬진강변은 또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기에.

 

오가는 길에 잠깐 발자국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지천이다. 화엄사, 천은사, 문수사, 연곡사 등 지리산이 품고 있는 고찰도 여럿이다. 섬진강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산 사성암도 좋다. 이웃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씨가 살아있는 운조루도 그만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구례농업기술센터에 있는 지리산야생화생태원과 잠자리생태관도 꼭 들러볼 일이다. 돌아오는 길엔 분명 마음까지도 노랗게 하얗게 물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운조루. '타인능해'라는 글귀가 새겨진 뒤주가 있어 이웃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넉넉하기로 소문 난 곳이다.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운조루. '타인능해'라는 글귀가 새겨진 뒤주가 있어 이웃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넉넉하기로 소문 난 곳이다. ⓒ 이돈삼

 '산수유마을' 찾은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활짝 핀 산수유꽃 그늘에 모델을 세우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산수유마을' 찾은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활짝 핀 산수유꽃 그늘에 모델을 세우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산수유꽃#산수유마을#상위마을#구례#산수유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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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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