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조선산업이 불황인데, 환경파괴하면서까지 공장 지어야 하나?"
"위기라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미래 위한 투자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경남 마산시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의 STX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놓고 찬반 양측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수정마을STX유치반대대책위와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오전 천주교 마산교구청 대강당에서 "수정만 STX 유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벌였다.
마산시는 당초 수정지구 연안을 주택 목적으로 매립했지만 일반산업단지로 변경했다. 마산시는 이곳에 STX 조선공장을 유치했는데,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13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마산시(STX)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지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 전문가뿐만 아니라 STX 유치 찬성-반대측 관계자들도 나왔다. 이날 주요 관심거리는 앞으로 조선산업 전망이 밝은지, 조선업체가 자치단체에 세금은 얼마나 내는지 등에 대한 것이었다.
장상환 교수 "조선업, 한마디로 좋은 시절 다 갔다"장상환(경상대) 교수는 "지난 2월에 낸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조선 산업 전망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고, '초유의 호황기를 구가하는 조선업종'이라고 표현해 놓았다"면서 "조선산업은 작년부터 수주가 줄어들고 취소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 호황기라는 표현은 부실 보고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008년에 들어와 세계 경제위기에 따라 한국의 조선업은 과잉설비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며 "실물경제 하락세가 확대될 경우 해운업과 조선업의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선박 발주 취소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신조선 계약이 취소된 벌크선은 모두 150여척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의 조선산업에 대해, 그는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 등 장점이 있지만, 후판의 자급능력 부족과 기능인력의 부족 등 약점이 있다"면서 "중국 등 전세계적 조선소 신증설로 공급과잉 우려와 경쟁 치열, 세계 경기 침해와 선박금융시장 위축으로 인한 선박 수요 감소 등 큰 위험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한 장 교수는 "지난해 말 산업연구원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건조설비 투자계획은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올해 2월 들어 한 척의 선박 수주도 하지 못하고, 다른 조선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STX에 대해, 그는 "벌크 화물선 비중이 다른 대형 조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해외 진출이 상대적으로 과다하다"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해외직접 투자는 향후 STX 조선의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세수와 관련해 그는 "STX 측에서는 마산시에 들어가는 지방세만 한 해 191억원이라 했으나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우조선해양이 거제시에 납부하는 지방세가 150억원 정도 밖에 안되는 것에 비교하면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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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마을 산업단지 관련 전망 밝히는 김해연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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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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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연 경남도의원 "지방세 수입은 그렇게 많지 않아"토론자로 참여한 김해연 경남도의원(거제)은 "조선업은 최소 3년 이상의 물량을 확보해야 안정적이다"며 "올해 들어 조선업체는 비상인데, 앞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에는 13개의 중대형 조선업체가 있는데, 그는 경남도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지방세 납부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해 도·시세를 포함해 지방세 납부실적을 보면, 삼성중공업은 288억원(거제), 대우조선해양은 283억원(거제), STX조선은 47억원(진해), 성동산업은 55억원(마산)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성동산업은 마산에 있는 땅을 취득하면서 낸 취득세가 거의 대부분이다"면서 "STX가 수정지구에 조선공장을 조성한다고 해도 지방세 수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 "환경영향평가서 부실"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는 "인근에 초중학교와 어린이집이 있는데 평가서에는 적시되지 않았다"면서 "건강문제와 주거환경에 대한 검토가 평가서에 담겨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서가 두껍기는 하지만 환경분야의 필요한 부분들이 빠져 있고 부실하다"고 덧붙였다.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수정만은 해륙풍이 부는 지역인데 평가서에는 감안이 되지 않았다"면서 "원래 공기질이 좋지 않은 지역인데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호 서울대 교수와 김성균 서울대 교수,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도 환경분야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산시 "환경영향평가 보완"... STX중공업 "어려울수록 투자해야"정규섭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과 이홍주 STX중공업 상무는 산업단지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마산상공회의소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수정지구 문제가 3년째 끌어 오면서 찬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 시장도 이 문제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하고, 그런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면서 "얼마 전 나온 주야 소음도 측정 결과를 보니 마산이 최하위였는데 일부에서는 그만큼 쾌적해서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생산과 소비가 정체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청에 대해, 정 본부장은 "STX가 전문 용역기관에 의뢰해서 보완자료를 만들고 있다"면서 "보완 자료가 제출된 뒤 토론회를 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지적한 26개항의 보완사항에 대해서는 환경 피해 저감 대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체 368세대가 이주를 희망하면 이주보상할 것이며, 트라피스트수녀원도 이전을 희망하면 위치와 규모에 대해 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홍주 STX중공업 상무 역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며, 사후 환경영향 모니터가 중요한데 주민과 마산시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법에 준해서 해야 하고 거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수정만에 조성하려는 것은 조선공장이 아니며 조선기자재공장이고, 그것은 차이가 있다"면서 "30년간 조선업에 근무하면서 도크도 담당하기도 했는데 아직 건강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건강 이상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TX는 지난해 진해조선소에서 3조, 중공업이 1조4008억원을 수주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9월 2일부터 수주가 안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방안을 찾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중인데, 중국(다렌)에는 벌크와 탱크 중심, 한국에는 LNG나 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그것을 위해 기업은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위기를 기회로 삼고 틈새시장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제시했다.
이 상무는 "STX그룹은 2010년 40조 매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뛰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2011년까지 물량은 차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 투자와 관련해 그는 "기업은 자기가 죽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데, 시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한데, 기업이 한 약속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환경단체 "주민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지 못해"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수정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 그동안 마산시가 벌인 갖가지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각종 개발과 관련한 찬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마산시가 추진과정에서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 추진에 있어 주민을 속여서는 안된다"면서 "마산시는 설명회를 요식행위로 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자자체는 유리한 정보만 공개해서도 안되고, 반대하는 사람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 주민을 힘으로 누르려고 해서는 안되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승복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일환 통영거제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마산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사전환경성검토를 하지 않았으며, 이번 환경영향평가 보완 지침에 따라 주민 여론을 다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산업이 수정만에 들어와서 얼마나 오래 갈지 의문이다"면서 "찬성측 주민들은 STX 주변 땅값이 오르면 팔고 나가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땅을 팔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마을 발전을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찬반 양측 충돌 예상해 경찰 배치되기도이날 토론회는 150석 규모의 대강당을 가득 메운 채 열렸다. 토론회가 열리기 전 찬반 주민간에 충돌이 예상되어 경찰이 동원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경부터 천주교 마산교구청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다.
토론회장에는 찬성측과 반대측 주민 각 50여명씩만 들어왔으며, 주민들은 노란색 깃발을 달도록 했다.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주민들은 동의하지 않는 발언이 나오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방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