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서세원씨가 18일 새벽 0시 30분께 고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인 유장호씨의 병실을 찾아간 것은 시사 주간지 <시사인>과의 단독 인터뷰를 주선해주기 위해서였다고 <시사인> 측이 밝혔다.
당시 병실 밖에서 '뻗치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서씨가 유씨의 병실을 찾았을 때 신원을 알 수 없는 4명의 남성과 동행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이날 오후 <시사인> 홈페이지에 '
서세원이 병원에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은 바로 <시사인> 기자였다"며 "이날 밤 서씨와 유씨의 만남은 <시사인>과 독점 인터뷰 자리였다"고 밝혔다.
기자는 3월 17일 밤 서세원씨를 만났다. 서씨는 "사실 요즘 유씨의 심경이 걱정된다, 만나게 되면 유씨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가 연예계 선배이기 때문에 유씨가 서세원씨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 과정이 독점 취재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자의 욕심도 작용했다.
먼저 기자가 밀착 인터뷰를 요청하고 유씨를 다음과 같은 말로 설득했다. "이럴 때일수록 진실만이 힘을 가진다. 만에 하나라도 감정적 추측이 섞여 있거나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면 유 사장의 말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사실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털어놓아달라." 서세원씨 역시 유씨가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문밖에서 내막도 모른 채 이 과정에서 드문드문 새어나오는 우리의 인터뷰 추진 대화를 듣던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이 일이 '서세원씨가 유씨의 기자회견을 막았다'로 둔갑했다. 인터뷰 당시 서세원씨는 "내 경험상 기자회견을 한다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왕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면 변호사나 주위 사람들과 상의해서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나도 있고 연예계에서도 유 사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른 생각(자살)은 절대 하지 마라. 누가 괴롭히면 우리 연예계에서 보호해주겠다"라고 다독였다. 주 기자는 "서씨가 (새벽 1시께) 자리를 떠나고 난 뒤 나는 유씨와 4시까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유씨, 주진우 기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공동 인터뷰 진행주 기자는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소개했지만, 유씨는 그가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병실 문 앞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하고 있던 7명의 기자들과 공동 인터뷰를 했었다.
17일 밤 11시께 유씨는 "하루종일 이렇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기자들을 불렀다. 유씨는 비보도를 전제로, 그리고 기자들이 녹취하거나 받아 적지도 못하게 하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전후 사정을 17일 밤 11시부터 18일 새벽 0시 5분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연합뉴스>·<조선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MBC·SBS 기자가 있었다.
유씨는 "비보도 전제인데 만약 이를 깨면 18일 오후 3시에 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비보도 약속은 한 언론사가 18일 아침 6시께 첫 방송에서 깼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2558564). 그러나 유씨는 이에 개의치않고 예정된 기자회견을 했다.
유씨가 공동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장자연씨가 2월 중순께 '나의 회사(호야엔터테인먼트)로 가고 싶다, 너무 힘들다'고 연락을 해왔다. 2월 28일 만났을 때 장자연이 로드 매니저 등에게 협박당한 음성이 녹취된 것을 들고 왔다. "그래, 네가 그렇게 힘들다면, 나도 도와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고 그날 그 자리에서 문건을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장자연씨가 "그래^^♡"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핸드폰에 문자가 200개밖에 저장이 안돼서 지워졌다. 이제까지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이 많이 들어있었다.
기자들은 유씨와의 공동 인터뷰가 끝난 뒤 병실 문에서 5∼6m 쯤 떨어진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노트북을 꺼내놓고 유씨 발언을 복기했다. 새벽 0시 30분께 누군가 휙 지나갔다. 기자들이 병실 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서세원씨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부터 기자들은 병실 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서씨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고, 병실 문 밖으로 "기자회견 하지 말라" 등의 말이 들렸다. 새벽 1시 정각쯤 병실문 밖으로 나온 서씨는 기자들을 보고 당황해했고 20초 정도만에 병원을 떴다.
한 기자는 "아까 들어갈 때는 서씨 포함 4명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온 것은 3명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병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사람이 유씨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왔던 주 기자였던 것이다.
서세원씨, 공개 기자회견보다 한 매체와 단독 인터뷰가 유리하다고 조언?사건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서씨는 주 기자를 유씨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켜주기 위해서 간 것으로 보인다. 서씨와 유씨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서씨가 워낙 연예계 선배였기 때문에 유씨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켜주기 위해 100∼200명의 취재진 앞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하는 것보다는 한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발언이 병실 문 밖으로 새어나왔을 것이다. 여기에 병실 밖을 나온 서씨가 당황해하면서 바로 사라진 것이 기자들의 의심을 더욱 키웠다. 솔직하게 모 언론사의 인터뷰를 주선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밝히든지, 아니면 "연예계 선배로서 유씨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5∼10분 정도 짧게 인터뷰라도 했으면 되레 '미담' 기사가 될 뻔했었다.
이런 점을 다 고려해도 서씨와 주 기자의 해명에 고개가 갸우뚱한 대목도 있다. 예를 들어 서씨의 측근은 병원에 가서 기도만 해줬을 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0903181557561116). 그러나 당시 자리에 있던 주 기자의 글에는 서씨가 유씨를 적극 설득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인 멘트와 함께 들어있다.
서씨는 유씨에게 기도를 해줬다고 했지만, 이날 서씨와 동행했던 한 인사는 "유씨가 '나는 불교신도'라면서 기도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씨는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에서 "서세원씨 관련 얘기가 있었다는데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100% 나의 심정이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내 판단을 맡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