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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3일) 딸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우리  스키장같이 가자" "너희들끼리 갔다와" "엄마~~~ 엄마 같이 가자!"

 

딸아이가 스키장에 같이 가자는 소리에 잠시 작년의 악몽이 생각났다. 스키는 탈 줄도 모르는 사람이 얼쩡거리다 넘어져 팔목 골절상을 입어 거의 5개월은 고생한 생각. 그리고 이번에도 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이 밀려왔다.

 

내가 안 간다고 하자 딸아이는 계속 조른다.  그래도 가자는 대답을 안하자 "엄마가 가야 내가 놀 수가 있지"나를 데리고 가려는 최후의 수단이란 것을 알기에 "그래 같이 가자"하곤 지난 14일 새벽에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마자 '그래 오길 정말 잘했어'라는 생각이 금세 들었다.

 

일찍 출발해서인가 2시간30분 만에 강원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휘닉스파크. 그전 날부터 갑자기 추워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막바지 겨울을 즐기러 온 차량들이 주차할 곳을 찾을 정도로 많았다.

 

이번이 올들어 거의 마지막이라 2만 원에 보드나 스키도 대여해 주고 시간 제한없이 마음껏 놀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리프트나 곤돌라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런 기회를 놓칠 수가 있을까?  스키장 입구에 도착하니  신나는 음악이 어느 새 추위를 잊게 해준다. 

 

스키장 들어가는 길에 딸과 사위는 연신 뒤를 돌아다보면서 나한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곳에서 사먹는 것은 너무 비싸 미리 준비해 온 먹거리를 잔뜩 싣고 스키장으로 들어갔다.  아이들 간식, 캔맥주, 물,컵라면 등 골고루 준비해 왔다.

 

사위는 보드와 스키를 잘 타지만 딸아이는아직 서툴다. 하여 한번 타고와서는 한참을 쉬었다 타고 한다. 손자들은 눈썰매를 아예 샀다. 비싼 돈 주고 눈썰매표를 끊으면 2~3번타고 다른 놀이를 하기에.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썰매를 몇 번 타더니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들면서 놀았다.

 

딸아이가 보드를 타고 들어오더니 "엄마 엄마, 내가 이 표 주웠다.  우리 곤돌라 타고 올라가자. 거기 공원이 있어서 사진 찍을 것도 많고 좋아." "너는 보드를 타면서 어땋게 그걸 주웠니? 눈도 밝다"  난 남편한테 먼저 갔다오라고 하니 나한테 먼저 갔다오라고 한다. 하여 작은 손자와 남편을 남겨놓고  딸과사위,  큰 손자를 데리고 곤돌라를 탔다.

 

그 전 날 다른 곳은 봄비가 내렸는데 그곳에는 하얀눈이 와서 곤돌라에서 내려다 보는 스키장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산천이 모두 하얀 눈으로 뒤덮인 모습을 그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정현순

그곳 정상에는 몽블랑공원이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스키나 보드를 타려고 올라온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색의 옷들과 하얀 눈으로 바탕을 깔아놓은 듯한 곳은 눈이 부셨다. 누군가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티끌 하나없이 깨끗한 눈은 먹어도 될 정도로 순백색이었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은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얼마만에 보는 많은 눈인지. 그럴 땐 우리나라도 꽤 넓은 것 같다. 어느 곳에는 비가 오는데 이런 곳은 또 눈이 왔으니.

 

사위는 보드를 타고 내려갔고 우린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넓은 눈밭,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작게 보이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 우리보다 보드를 타고 내려온 사위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딸아이 보고 빨리 한 번 더 타고 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오후 2시쯤 점심을 먹으러로 가려고 할 때 난 "여기 컵라면, 짜장, 우동 등 골고루 있으니깐 차 안에서 이것으로 점심 해결하고 저녁에는  일찍감치 가리비 하고 회 떠다 먹자"하니 모두들 좋다고한다. 차안에서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먹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돈도 절약 되니 더욱 좋았다. 속초 숙소까지 가는길에 시장에 들려 가리비와 회를 떠 가지고 숙소로 갔다.

 

숙소 앞에는 바닷가가 있다. 손자들이 빨리 바다에 가자고 해서 저녁 먹기 전에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탓에 거센 파도가 장관을 이룬다. 사람들은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즐거운 함성을 지르곤 한다. 손자들도 아주 재미있어 한다.

 

큰 손자는 학교에, 작은 손자는 새로운 유치원으로, 두 손자 모두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시간을 모두 잊고 새로운 힘을 얻는 듯 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여행은 새로운 영양제를 주고 새로운 활력소를 주기도 한다. 

 

작은 손자녀석이 "할머니 할머니 우협이 이렇게 하고 있는 거 사진 찍어 줘"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다. 스키장에서 정신없이 논 녀석의 얼굴이 뻘겋게 상기 되어있었다. 난 "우진아 어서 우협이 옆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은 녀석들의 모습이 모든 피로를 씻어 주는 듯했다.


#스키장과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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