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대전청사로 향하던 신임 허준영 코레일(철도공사) 사장(56, 전 경찰청장)이 두 시간 동안 대전역에서 발이 묶였다. 철도공사 노조원들이 최악의 코드인사라며 취임식장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19일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에서 예정된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철도를 타고 이날 낮 12시 15분 대전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허 사장은 2시 35분경에서야 취임식장에 들어섰다.
허 사장이 대전역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100여 명이 허 사장을 가로막았다. 허 청장은 도착 직후 경찰들의 경호를 받으며 VIP이용 통로를 통해 미리 준비한 승용차편으로 취임식장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이 승용차에 오르기 위해 건물을 빠져 나오자 노조원들이 "해도 너무한다" "낙하산 인사 반대한다"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외치며 출입문을 막았다.
허 사장은 대전역에 마련된 대기실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 12시 40분경 대전역의 다른 남쪽 출구를 이용해 몰래 빠져 나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를 눈치채고 막아서자 다시 대전역 대기실로 되돌아갔다. 허 사장은 번번히 가로막히자 남쪽 출구를 포기하고 오후 2시 11분경 대전역 동남쪽 출구를 통해 대전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때 경찰과 노조원들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날 대전역 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3만 철도직원은 현 정부 들어 최악의 코드인사가 단행된 오늘을 결코 일지 못할 것"이라며 "참으로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기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함에도 국민들은 경찰 출신이 왜 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사람을 찍어 내리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허 전 경찰청장은 2005년 시위진압과정에서 농민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도중하차했고 TK 출신에 이 대통령의 학교 후배이자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친 정부인사"라며 "공기업경영이나 철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대전역 출입구는 물론 대전정부청사의 각 출입문 앞에 대기하며 허 사장의 출입을 저지하려 했다.
이처럼 노조 측이 강도 높은 반발은 허 사장의 임명으로 철도공사가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이 굳어졌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현 김해진 철도공사 감사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역임한 바 있다.
이학봉 코레일 유통사장도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특보와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이며, 이가현 코레일 네트윅스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과 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김기태 노조위원장은 "철도직원들은 경찰 출신 사장 임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요 역에 설치한 경찰 출신 사장 반대 현수막과 대국민 서명을 더욱 확대하고 출근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예정시간보다 늦게 취임식장에 도착한 허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철도인의 저력과 열정을 모아 '세계일등 국민철도'를 만들어 코레일이 제2의 기적을 울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