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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싸면 가치를 모른다. 너무 흔해도 가치를 모른다. 떡볶이가 그랬다.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가격 부담이 없기에 귀한 줄도 몰랐다. 재료와 요리법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어 누구나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게 떡볶이다. 그래서일까. 저평가되어도 한참이나 저평가되었다.
 
길거리 음식 떡볶이? 생각을 바꿔!
 
 떡볶이는 한식에 뿌리를 둔 떡볶이지만 늘 한식의 범주에 들지 못했었다
떡볶이는 한식에 뿌리를 둔 떡볶이지만 늘 한식의 범주에 들지 못했었다 ⓒ 맛객

 

최근 떡볶이의 세계화 정책에 발맞춰 여기저기서 떡볶이 관련 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프로에서조차 '국민간식'이라고 깔아뭉개고 있다. 떡볶이가 세계화되려면 떡볶이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길거리 음식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요리라는 개념, 간식이 아니라 식사라는 개념 정립부터 서둘러야겠다.

 
떡볶이는 우리 식문화의 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주식과 부식인 쌀과 채소가 주재료이다. 발효식품(고추장, 간장)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이만하면 한식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되지 않을까. 허나 그러하지 못했다. 언제나 분식과 퓨전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머물러왔다.
 
수많은 음식들이 한 번 이상은 파동을 겪어왔다. 그러나 떡볶이만큼은 단 한순간도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인기몰이를 해본 적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부가 떡볶이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떡볶이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늘 곁에 있고 흔해 빠져서 소중한 줄 몰랐던 떡볶이는 과연 비상할 수 있을까.

 

일단, 소리 소문 없이 떡볶이 열풍이 불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전통의 길거리표 물떡볶이는 여전히 성업 중이고, 명물떡볶이의 대명사격인 신당동 떡볶이 골목 역시 별미를 탐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외향적인 바람 외에도 떡볶이는 무한 변신 중이다. 떡볶이는 고추장 양념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자장, 카레, 치즈 등 다양한 식재를 응용한 이색떡볶이가 미각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쇠팬에 볶아낸 효자동 옛날떡볶이

 

 간장에 갖가지 재료를 넣고 달인 맛간장에 버무려서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굽는 게 간장떡볶이이다
간장에 갖가지 재료를 넣고 달인 맛간장에 버무려서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굽는 게 간장떡볶이이다 ⓒ 맛객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고집스레 옛것을 지키고 있는 떡볶이도 있다. 개발금지에 발이 묶여 서울 변두리보다 더 고풍스러운 동네인 효자동. 낮은 건물들과 정겨운 한옥들이 과거와 연을 맺고 있는 풍경들이 참 고맙다. 자꾸 수직화되어 가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드문드문 남아 있는 한옥 골목, 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골목마다 할머니들이 나앉아서 떡볶이를 팔았다. 장비라 봤자 연탄화덕과 솥뚜껑 같은 무쇠철판. 길다란 가래떡을 굽다가 손님이 오면 굽던 주걱으로 토막토막 내주곤 했었다. 물론, 지금처럼 빨간 떡볶이가 아니라 간장떡볶이였다."

 

어린 시절 직접 떡볶이를 사먹었던 경험이 있는 만화가 이동규(47)씨의 증언이다. 그때 떡볶이를 팔던 할머니들은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시거나 현업을 떠났다. 통인시장 내 겨우 2집만이 효자동 옛날떡볶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에 한 집인 효자동 옛날떡볶이에 들렀다.

 

 (좌)쌀의 구수함을 느낄 수 있는 간장떡볶이, 한 접시에 3천원이다./고추장과 마늘에 갖가지 양념을 하여 떡에 버무렸다가 볶아낸다(우).
(좌)쌀의 구수함을 느낄 수 있는 간장떡볶이, 한 접시에 3천원이다./고추장과 마늘에 갖가지 양념을 하여 떡에 버무렸다가 볶아낸다(우). ⓒ 맛객

 

진열대에는 고추장으로 버무린 떡과 간장으로 버무린 떡 두 종류가 있었다. 각각 1인분에 3천원씩 한다. 시대를 반영하듯 매운 고추장떡볶이를 훨씬 많이 찾는다고 한다. 1인분을 주문하자 무쇠로 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이 된 떡을 굽기 시작한다.

 

고추의 매운내와 함께 마늘향이 구수하게 퍼진다. 요즘 떡볶이 중에서 그나마 가장 전통에 가까운 떡볶이지만 낯선 느낌이 난다. 달콤하지 않으니 요즘 아이들 입에 맞지도 않았을 터. 때문에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찾는다고 한다. 아마도 떡볶이에 대한 맛보다는 그리움의 맛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떡볶이를 자주 접했던 한 여성은 결혼을 해 외국에 살게 되었다. 입덧을 심하게 했는데 가장 떠오르는 음식이 이 떡볶이였다고. 그래서 떡볶이를 냉동하고 단단히 포장해서 특송으로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맛을 봤다. 100% 쌀로 만든 떡이다. 마늘이 제법 많이 들어가 입맛을 돋운다.

 

"마늘 반, 고추장 반 그렇게 들어가요. 마늘이 몸에 좋으니까. 내 집에 오는 손님이 건강해야 또 오잖아요."

 

이번엔 간장떡볶이도 청했다. 떡을 간장에 버무려놓았다가 구워서 낸다. 눈에 보이는 건 간장뿐이지만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다만 걸러낼 뿐이다. 간장떡볶이는 기름에 직접적으로 닿아서 그런지 훨씬 구수하다. 하지만 양념에 조금 밀리는 느낌이다.

 

처음에 간장떡볶이를 먼저 먹었어야 했다고 하자, 두 가지를 번갈아가며 먹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먹으니 또한 별미다. 매운맛을 간장떡볶이가 중화시키고 구수한 맛이 둔감해질 쯤 매운맛으로 자극을 불어넣고. 떡이 무척 가늘다. 인근 방앗간에서 직접 맞춘 거라고 한다. 두꺼우면 속이 차갑고 익지도 않아 겉만 짜지기 때문에 가는 떡을 사용한단다.

 

떡볶이 세계화, 슬로건은 좋은데...

 

 떡과 양념뿐인 떡볶이지만 수십 수백가지 재료를 응용하여 만들 수 있다는 게 떡볶이의 장점이다. 세계화, 현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떡과 양념뿐인 떡볶이지만 수십 수백가지 재료를 응용하여 만들 수 있다는 게 떡볶이의 장점이다. 세계화, 현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 맛객

 

농림수산식품부는 떡볶이 산업 육성을 위하여 앞으로 5년간 14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떡볶이 연구소도 세웠다. 오는 28일~29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2009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우리 요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있어, 떡볶이를 내세운 건 방향을 잘 잡았다. 그러나 너무 요란스럽고 다급하게 진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 벌써부터 전시 행정의 냄새가 풍긴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 우려스럽다. 떡볶이를 먹고 나오면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정부에서 떡볶이를 세계화 시키겠다고 하는데 혹시 알고 계세요?"

"그래요? 모르겠는데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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