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이 4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달갑잖은 반응을 넘어 공천 배제 의사를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과 보선 실패의 책임을 내세우는 자숙론과 경색위기로 치닫는 남북관계 해빙 적임자론이 당 안팎에서 격돌하고 있어 흥미롭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 보면 자숙론이 앞선 모습이다. 한나라당이나 보수 언론매체는 적대세력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진보개혁진형 일부에서도 그의 일러 보이는 정치행보에 못마땅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렇다.
공천배제론 vs 남북관계적임자론하지만 민주당이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정부여당과 국내재벌이 추진한 금산법을 통과시키고, 재벌과 보수언론에게 방송을 넘겨주려는 현 정권의 미디어악법을 만드는 데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 현 당권파에 대한 여론 또한 곱지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명박 정권 창출에 가장 공이 큰 이재오 귀국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제 몸을 바쳐 대권을 일군 그의 컴백에 여권은 물론이거니와 야권도 크게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 전선에 재입성하며 북한카드를 꺼내 든 것 때문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 '6.15 남북공동선언 자체를 훼손'한 대북강경책을 문제삼아 "더 이상 남북 평화공조는 없다"고 못박아놓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난 8개월 동안 휴업상태고, 개성공단은 폐쇄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재오의 북한카드 저지하려면..." 그런데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3월말에 귀국하면서 '대북특사' 역할론을 제시했다. 북미관계는 호전되고 있어 지난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보다 더 돈독하게 흘러갈 확률이 높은데 현 정권이 그 반대로 가고 있어 반전을 이룬다면 자신의 재기 뿐 아니라 정권 재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런 고민 속에 정동영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상황파악이 좀 쉽다. 현재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주한 정치인(남북한 모두가 신뢰할 만한)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 국민의정부 시절 방북한 박지원, 임동원 그리고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유일하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려면 현역으로 활용 가능한 정동영 전 의장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 만큼이나 국내경제도 최악이다. 세계 경제위기에 앞서 지난 해 환율정책 혼선으로 경제 위기를 자초한 현 정권과 집권여당은 남북공조는 포기한 채, 경부대운하 착공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같은 이도 '경부대운하 반대' 논지를 폈지만 막무가내다.
글로벌금융기업인 홍콩상하이(HSBC) 은행은 최근 한국에서 중소기업투자부문을 철수하려는 계획 속에 국내 임직원을 상대로 명예퇴직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투자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는 마당에 남북관계마저 최악으로 가면 대체 어느 나라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는 일본인가? 아니면 경제파탄의 위기로 치닫는 미국인가? 며칠 전 국제브랜드 조사 전문기관인 '안홀트'가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중국보다 낮은 33위로 평가한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모자란 리더십 어찌할꼬...독일의 좌파정치인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통일 독일을 달성한 우파 거물 정치인 헬무트 콜 전 총리는 각자 고향에서 출마해 기반을 다진 정치인들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된 유럽 정치인들 누구도 자기 지역구를 벗어나서 정치를 한 예가 없다.
정동영 전 의장이 제 고향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자유이니 누가 말릴 길도 없다. 다만 여야 대치상황에 그가 예상을 뒤집고 정치복귀를 하겠다고 하니 판단이 그리 간단치가 않을 뿐이다. 물론 고민의 대부분은 민주당과 정 전 의장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민주당이 지금 일당 독주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제1 야당이기에 민주당의 결정과 진로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년여간 한나라당의 독주를 민주당이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한 무능을 드러내고 있어 판단이 더 고약한지도 모른다.
정 전 의장도 대선과 재보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짊어져야 할 사명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민주당도, 정 전 의장도 괜찮은 정략을 숙의해 거대여당의 독재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책임을 져버리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진보진영 또는 민주세력에게도 너무 큰 실망을 주지 않길 고대한다.
끝으로 지난 2008년 4.19총선 마지막 날 '동작을'에 출마했던 정동영 전 의장이 했던 연설 동영상을 올려보고자 한다. 그의 말과 모습을 듣고 보며 진정성을 판단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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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총선 정동영 후보 마지막 연설 이 동영상은 지난 2008년 4월 총선 마지막날 동작을 정동영 후보의 남성역 연설이다. 정몽준 후보가 뉴타운공약으로 우세한 시점에서 촬영된 영상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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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인터넷저널 3월 1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