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2일 저녁 6시 30분]
미국에서 4.29 재보선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오후 4시6분 미국 워싱턴 대한항공 KE094편으로 한국에 들어온 정 고문은 공항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오늘 3월 22일을 제2의 정치 인생에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귀국과 함께 공식 정치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정 고문이 입국한 인천공항 입국장 A게이트 앞은 15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정통들)', '청정포럼' 등 지지자들은 "대한민국은 정동영을 기다린다", "정동영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는 등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오후 4시55분 입국장 문이 열리고 정 고문이 등장하자 인천공항은 '정동영'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흡사 대선후보를 맞는 분위기였다. 감색 양복에 검은색 바탕, 흰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맨 정 고문은 게이트 앞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부인 민혜경씨도 옆을 지켰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입국장 옆으로 자리를 옮긴 정 고문은 "고통받는 국민과 이 나라, 여러분의 고통과 함께 하기 위해 오늘 돌아왔다"면서 "지난 1년간 미국에서 13년의 정치인생을 찬찬히 돌아보고 성찰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지금 이 나라의 위대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경제는 위태롭고, 남북관계는 벼랑 끝에 서 있고, 민주주의는 결정적으로 후퇴했다"며 "여기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당과 정 대표를 돕겠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또 "국민 편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후퇴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적 남북관계를 건설하기 위해 내 한몸을 던지겠다"면서 "민주당이 수권정당, 진정한 대안정당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말도 되풀이했다. 자신의 귀국이 나라를 위한 결단임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정 고문이 말을 마칠 때마다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정 고문은 귀국 직전 지지자들에게 "화려한 환영식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귀국 현장은 정 고문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화려하게' 치러졌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13년 정치인생 성찰했다"
최규식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정 고문이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입국장 안까지 들어가 영접했다. 김낙순, 이영호, 장복심, 조성준 전 의원 등도 입국장 한 켠을 지켰다. 정 고문의 출마를 공개 지지한 이종걸 의원도 모습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개인적인 뜻으로 공항에 나왔다"면서 "정 고문이 너무 한쪽으로 밀리다보니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환영하러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한 정 고문은 이날 오후 지난 18대 총선 지역구였던 동작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후 곧바로 전주로 내려가 지역구민들을 만난 뒤 23일 오전 부모님 선영을 찾는다.
한편 정 고문과 정세균 대표의 만남은 24일 저녁 이뤄질 예정이다. 정 고문의 한 측근은 이날 공항에서 동작을 지역구위원회 사무실로 이동하는 중에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고 전했다. 세부 일정은 최규식 의원과 강기정 비서실장이 23일 만나 조정하기로 했다.
정 고문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들어오자마자 정 대표를 식사자리에 초청하려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았다"면서 "전주에서 올라오는대로 정 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또 인천 부평을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부평을 지역구민들이 30% 지지율을 보냈다"며 "제가 앞장 서 부평을 선거를 돕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평을 선거를 돕겠다"고 했지만 정 고문은 고향에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정 고문이 화려하게 귀환함에 따라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공천지역 선정으로 공천권을 쥐게 된 당 지도부는 정 고문에게 '인천 부평을 출마'나 '10월 재보선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정 고문의 결심이 워낙 강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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