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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산수유 꽃 가는 길이 바쁘다고 발길을 재촉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이 화려한 꽃들의 축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만큼 대담하랴.
숨죽인 산수유 꽃가는 길이 바쁘다고 발길을 재촉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이 화려한 꽃들의 축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만큼 대담하랴. ⓒ 윤병하
 

영원불멸의 사랑이 그의 꽃말이란다. 그래서 눈앞이 시리도록 그의 노란 색깔이 앙증스러울까? 노랗다는 말로 그의 모습 전부를 담기에는 너무나 욕심스러운 언어의 유희다. 그래서일까? 산수유 꽃으로 봄을 단장한 지리산 자락의 시골마을에는 모자란 언어를 온몸으로 잡으려는 사진동호인들의 셔터 소리가 새소리만큼 분주하다.

 

자연의 조화일까(?), 아님(?)  해를 넘긴 산수유의 붉은 열매가  새 봄의 산수유 꽃과 또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말한다.
자연의 조화일까(?), 아님(?) 해를 넘긴 산수유의 붉은 열매가 새 봄의 산수유 꽃과 또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말한다. ⓒ 윤병하

 

샛노란 자태를 드러낸 산수유 꽃 매화와 짝을 이룬 섬진강  꽃들의 봄 나들이 행진.
샛노란 자태를 드러낸 산수유 꽃매화와 짝을 이룬 섬진강 꽃들의 봄 나들이 행진. ⓒ 윤병하

하늘이 나은 꽃 그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라 한다. 하늘을 행하여 그는 무엇을 그리려고 서럽게 노란 자태를 드러낼꼬(?).
하늘이 나은 꽃그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라 한다. 하늘을 행하여 그는 무엇을 그리려고 서럽게 노란 자태를 드러낼꼬(?). ⓒ 윤병하

 

아이들과 손을 잡고 산동면으로 행하기를 한 시간 정도. 여는 곳처럼 이곳 역시 축제분위기로 어수선하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속닥거림이 오늘만큼은 오히려 정겹다. 앞에서 아첨거리며 비겁을 찾아 자신의 유익만을 찾아다니는 세상의 굴종거린 사람들의 측은함도 오늘만큼은 산수유 꽃에 매몰되어 잊음이 있어서 좋은 날이다.

 

세월의 손 잡음 작년의 산우유 열매와 새봄의 산수유 꽃이 부자연 속에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낼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세월의 손 잡음작년의 산우유 열매와 새봄의 산수유 꽃이 부자연 속에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낼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 윤병하

산수유 꽃은 작은 꽃잎들이 수없이 모여 둥그런 봉우리를 이룬다. 산수유 꽃 한 잎은 그냥 노란색일 뿐이다. 그런데 이 작은 꽃잎이 하나하나 모여 둥그런 봉우리를 이루면서 소담스러운 어울림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자기가 모든 것을 이루어 놓은 듯, 온갖 권모술수를 써가며 함정인줄 모르고 자화자찬에 빠진 우리들을 자연은 뭐라고 할꼬(?). 자연 앞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감추고싶어 지나가는 바람을 피해보려 하지만, 바람은 우리더러 그냥 있으라고 말없이 지나치니 부끄러움이 더한다.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나름의 조화로움을 잃지 않아 영원한 사랑을 말하는 꽃, 산수유.  작은 꽃잎들이 서로의 어울림으로 노란 황금보자기를 지리산 산자락이 내리 덮은 듯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샛노란 꽃들의 잔치로 거듭난다.

 

 

산수유 꽃으로 마을은 노란 비단을 덮고. 산수유 꽃이 마을을 덮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산수유 꽃으로 마을은 노란 비단을 덮고.산수유 꽃이 마을을 덮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 윤병하

 

벌써 제11회째 맞이하는 "산수유 꽃 축제"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자리 잡은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서 펼쳐진 이번 산수유 꽃 축제는 1000년 수령의 산수유 시목이 있는 산동면 개척마을에서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또 이번 축제의 주제는 꽃말과 어우러진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란다.

무릉도원일까? 너무나 아름다워서 일까? 잔잔한 봄바람도 잠시 숨을 죽이고 물위에 비추인 산수유 꽃을 감상하고 있는 듯.
무릉도원일까?너무나 아름다워서 일까? 잔잔한 봄바람도 잠시 숨을 죽이고 물위에 비추인 산수유 꽃을 감상하고 있는 듯. ⓒ 윤병하

S자의 고전 선조들이 일러준 S자의 고전은 자연스로움이 가장 아름다움을 일러준다.
S자의 고전선조들이 일러준 S자의 고전은 자연스로움이 가장 아름다움을 일러준다. ⓒ 윤병하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우리에게 S자형의 우리의 시골길은 이미 정곡을 찌르는 정답. 수줍은 소녀의 마음을 알아버린 듯 길게 이어지는 S자형 산수유 꽃길은 이미 나이 들어버린 육순인 할머니의 부끄러움도 잊게 한다.

 

그래서 자연은 좋은 걸까? 오늘은 너도 없고 나도 없다. 그냥 산수유 꽃의 아름다움에 모두가 웃음으로 서로에 답하며 말없이 행복을 노래한다. 우리의 인생도 서로가 너무 재지 말고 오늘만 같기를 기도할 수 있다면 조금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을.


#산수유 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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