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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 모 폐차장.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여수시 모 폐차장.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 임현철

정들었던 차를 폐차시키려 왔는데, 폐차장 분위기는 삭막합니다. 이곳에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여수시 모 폐차장에서 서류를 확인하는 조 아무개(34)씨는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며 폐차장 이모저모에 대해 말하더군요.

"폐차하러 오는 사람 표정요? 그냥 일상적이고 사무적이에요. 무표정이죠."

기대했던 말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습니다. 제 경우를 생각하면 굳이 서운한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 같네요.

폐차 때, 압류 풀고 온다더니 연락이 안 돼요!

 폐차 서류 중인 조 모씨.
폐차 서류 중인 조 모씨. ⓒ 임현철

폐차장에 오는 차는 폐차 외에도 길거리에 방치한 차량도 보관된다는군요. 그가 겪었던 에피소드입니다.

"폐차 때는 밀린 과태료도 내고, 압류도 풀어야 하는데 정리 안 하고 오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곤 막무가내로 (폐차) 해 달라 떼를 써요. 더 재밌는 건, 차를 두고 '압류 풀고 오겠다'고 간 후, 아예 연락이 안 돼요. 이럴 땐 폐차도 못하고 쌓아둬야 해요."

그는 떼를 쓰는 또 다른 유형으로 "차종마다 다르지만 소형은 8년 이상 타야 법적으로 폐차가 가능한데 연령이 되지 않은 차를 가져와 폐차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눈치에 "돈은 없고, 지출은 줄여야 하는 딱한 사정 때문"이라 합니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반증이겠죠.

"폐차장도 밑천이 있어야 버틸 재간이 생긴다."

 방치차량은 자진처리 안내문을 붙인 채 폐차장에 보관 중이었습니다.
방치차량은 자진처리 안내문을 붙인 채 폐차장에 보관 중이었습니다. ⓒ 임현철

이곳 최 아무개(38) 과장은 폐차 경기에 대해 말합니다.

"경기? 말도 마라.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에도 하루에 7~10대는 폐차했다. 그런데 지금은 2~3대 밖에 없다. 그러니 뭘 먹고 살겠냐. 월급도 밀렸다."

최 과장은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여수에 있는 다섯 군데 폐차장이 다 마찬가지다"며 "그렇다고 놀 수도 없어 일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라, 사장님에게 '돈 안 되니 문 닫자'고 건의까지 했다"고 전합니다.

그는 "월급이 한 달 밀려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지만 요즘 경기에 (월급) 안 밀린 곳이 있느냐?"면서 "오라는 곳도 있는데 개업 때부터 여기서 일해, 의리상 문 닫지 않으면 못 간다"고 농담까지 던집니다.

그러면서 "폐차장이 돈 버는 길은 차를 왕창 쌓아 두고 고철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폐차장도 밑천이 있어야 버틸 재간이 생긴다"고 진단합니다. 어디든 자본이 두둑해야 살아남을 수 있나 봅니다. 

 얼굴까지 빼달라는 최 과장은 지게차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얼굴까지 빼달라는 최 과장은 지게차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 임현철

경기 나쁠 때는 좋을 때 생각하며 버텨야

여수시에 따르면 3년간 자진 폐차는 2006년 1,545대, 2007년 1,870대, 2008년 2,685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진 올해에는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문 닫자"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고철 값이 한창 잘 나갈 때는 ㎏당 650원까지 나갔는데, 지금은 100원으로 떨어져 더 어렵다는 거죠. 고철 가격에 따라 폐차장 운명도 왔다 갔다 하더군요.

실제로 "한창 고철 값이 비쌀 때는 차 주인에게 5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매입비를 줬는데 지금은 소형차 10만원, 대형 20만원 준다"고 하네요. 고철 가격이 높을 때 폐차 해야 제 값을 받는다는군요.

이곳 유 아무개 사장에 따르면 경기 좋을 때도 있었답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과 조선, 건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폐차장도 좋았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폐차장은 "폐차 값으로 지불하는 고철 매입가격이 한 번 오르면 내리기가 힘들다"라고 하소연입니다.

어떤 업종이든 부침이 있을 것입니다. 경기 좋을 때는 나쁠 때를 대비하고, 경기 나쁠 때는 좋을 때를 생각하며 버텨야 한다는 게 허튼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현명한 경기대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암튼 폐차 전부터 폐차 후까지도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삶은 이런 건가 봅니다.

 이제 이걸 타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가 엉망이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제 이걸 타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가 엉망이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폐차#폐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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