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벌써 7번째 천마산에 야생화 답사를 다녀왔다.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 천마산 답사는 산 초입부터 나무에 노란 병아리들이 옹기종기 달려 진한 봄 냄새를 전해주었다. 이번 주 앞다투어 피기 시작한 생강나무가 반겨주고 있으며 옆에 겨우내 앙상한 빈 가지에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전령사 갯버들이 봄이 시작되었음을 신고 하고 있었다.
수도권 가까이에 가장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야생화의 천국 천마산에는 해마다 이맘때부터 사진동호회의 많은 회원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호평동 수진사를 지나 천마산에 들어서는 군립공원 천마산 입구 초입 안내소에서 임도와 우측 등산길로 갈가라지는 갈림길에 올괴불나무를 촬영하는 팀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분주했다.
이른봄 피는 꽃들은 대개가 그렇지만 올괴불나무 역시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이다. 부부가 같이 왔다는 한 팀은 부인이 남편의 사진촬영을 도와 연방 거울과 반사경들을 통해 빛을 피사체에 전달해 주고 있었다. 부부간에 취미도 같아 저렇게 손발을 맞추는 것을 보며 흐뭇하여 내심 부러움을 느껴본다.
초입에서 갈라졌던 임도와 계곡 우측 등산길이 만나는 지점을 지나 천마의 집 표지판을 보고 계곡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이 노루귀를 찾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부디 사람들의 발길에 노루귀들이 밟히지 않기를 바라며 사람들 틈바귀에 끼여 천마산의 노루귀를 촬영했다. 이곳에서는 노루귀의 분홍색은 볼 수가 없고 모두 청색이 대세이다. 노루귀는 지역에 따라 흰색, 분홍색, 청색으로 색깔이 다르게 피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청색이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 인천에 사시는 한 동호회원도 이 예쁜 청색의 노루귀를 보려고 새벽에 출발 도착하였다고 한다.
좀 더 오르니 길목 곳곳에 현호색과 천마산표 점현호색들이 피었다. 주변에 이따금 산괴불주머니들도 보인다. 조금 지나 곳곳에 꿩의바람꽃들이 활짝 피어 고개를 내밀고 방긋 웃는다. 꿩의바람꽃과 함께 곳곳에 만주바람꽃들도 앞다투어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주 탐사 만 해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노루귀들이 일주일 사이에 따듯한 햇살을 받고 일제히 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주에 한창이던 너도바람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잎만 무성하다. 지난주 산 중턱까지 쌓인 눈으로 인해 설중 앉은부채를 촬영했는데 앉은부채 역시 꽃은 모두 없어지고 잎만 무성히 피어오르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경계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야생의 사계가 신비롭기만 하다.
천마의 집 삼거리에서 큰골(오남저수지 내려가는 방향)로 내려서자마자 다시 올괴불나무가 자주색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주변에 제비꽃들과 현호색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계속하여 이곳부터는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들이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었다. 꿩의바람꽃을 멀리하고 한참을 내려가자 이번에 중의 무릇들이 노란 예쁜 옷을 입고 반기고 있다.
곳곳에 얼레지도 보이지만 자주색을 꽃봉오리만 보이며, 다음 주에는 활짝 핀 얼레지의 늠름한 모습을 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얼레지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었다가 잎이 나올 무렵에 열매를 맺고 죽기 때문에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식물로 알려졌다. 꽃말은 바람난 여인으로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은데 마니아들 사이에 얼레지가 인기있는 것은 겨울에 언 땅을 치고 올라오는 고고하면서도 다소곳한 자태와 화려한 꽃의 아름다운 색깔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인가 보다.
한참을 지나 오남리에서 오는 방향과 천마의 집에서 내려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 팔현리 계곡 쪽으로 계속해 만주바람꽃과 꿩의바람꽃들이 대세 이루었으며, 지난주 아름답기만 하던 앉은부채들의 꽃은 흔적도 없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잎을 키우고 있었다. 이 군락지들을 지나 계곡중턱지점에 이르자 곳곳에 복수초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주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일주일 만에 이렇게 많은 복수초가 피우다니 참 신기롭다. 한 곳에 이르니 많은 복수초의 군락지가 보이며 그곳에 한 동호회 회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머리가 하얀 연세가 많이 든 분들인데 사진촬영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열중하시는 모습이 근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사진동호회에서 OO 아이디를 쓰시는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 회원분과 인사를 나누니 "우리 동호회에서는 나이 50은 젊은이고 40대는 아기 들여. 저 밑에 사진 찍는 애 엄마 같은 사람들은 예쁜 애기지 애기…. 거 밑에 사진 찍는 애기씨 사진 다 찍었으면 모델 좀 해줘, 정면은 나오지 않게 처리할 거니까" 하시는 말씀이 예사롭지 않다.
과히 연세가 얼마나 되실까 짐작케 하는 말씀이다. 동호회 아이디가 OO이라는 분은 부부가 취미활동을 같이하고 계시며 오늘도 같이 오셨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60이 넘으신 분들이 많이 활동하시며 최고 연장자는 75세 분도 계시다 하니 그저 고개가 숙연해 질뿐이다.
OO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남편께 "이렇게 젊게 사시는 두 분이 부러워요, 하지만 산 오르시느라 힘들진 않으세요?" 말을 건네니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좋은 꽃이 피면 서로 연락 젊은이들보다 늘 한 발짝 더 빨리 움직입니다" 정말 이분들을 보니 더 묻지 않아도 능히 알 만하다. 우리가 하산 인사를 하니 일행 중 한 분이 서울 나가는데 혼자이니 우리 일행을 차에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의를 해오셨다. 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중 꽃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그분께 동호회 회원이 화야산에 멋진 꽃이 있으니 내일 같이 가자는 번개팅 연락이었다.
"글쎄 지금 답하기가 그런데, 다음 주말 남해안으로 무박 촬영을 다녀오려면 점수를 잘 따놓아야 하는데 내일 또 화야산 간다고 하면 아무래도 옆 지기(부인)가 신경쓰여, 집에 가서 적당히 눈치를 보고 전화할 게", "아니, 남해안까지 무박으로 다년 오신다고요, 운전은 누가 하십니까, 젊은 사람들도 힘들 텐데요" 묻자 "내가 합니다. 힘들기는...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차 뽑은 지 1년 반인데 벌써 8만 Km 다 되어가는데요, 요즘 바빠요" 다음 달에는 일산의 킨텍스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가야하고 지방단체들의 이름있는 축제에 일정이 꽉 짜여 있다고 한다. 젊은 동호회 회원들 보다 더 열정적으로 뛰시는 멋진 노신사 회원님께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부디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작품활동 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