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차랑차랑했다. 반가웠다. 서로 다투어 가며 사느라 한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다. 큰애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고 했다.
"응, 그래 축하한다. 근데 큰애 같으면 문과대쪽으로 진학했을 것 같은데…."
"어릴 때 보았던 지완이 녀석, 커가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 공대 쪽으로 갔어."
"우리 집 애는 사범대로 진학했는데, 윤리와 역사를 전공해. 벌써 2학년이야."
"그러게 말이야. 동갑내기데 우리 아이는 한해 쉬었어. 작년에 수능 등급이 안 좋아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내보지도 못했거든. 입학 사정관 전형에 참여했더라면 아이를 그렇게 고생시키지는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 왜 인형이 있잖아. 그 집 둘째 애는 입학 사정관 전형으로 원하든 대학에 거뜬히 입학했잖아."
"입학 사정관 전형으로?"
입학 사정관 전형의 근간은 무엇인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학교 교과활동과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잠재된 재능을 다면적인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2008년 10개 대학에서 2009년에는 40개 대학으로 늘어났고, 대학별로 입학 사정관제를 통한 학생선발 규모를 대폭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포스텍은 2010학년도부터 모집정원 300명 전체를 입학 사정관제도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입학 사정관 전형의 근간은 무엇인가
본래의 취지만 살릴 수 있다면 향후 시험 점수 몇 점 더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는 안타까운 교육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마땅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또한 올바르게 정착된다면 학생 개개인에 잠재된 재능과 관심에 따라 다양한 방과 후 취미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가늠해서 대학을 선택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고3인 딸아이만큼은 입시 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을 보낼까해. 딸아이는 아들과 달리 예체능, 특히 국악에 관심이 많거든.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사물놀이를 하고 있어. 제가 좋아하고 즐겨하는 것이라 그동안 각종 대회에 입상했던 실적만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그쪽 부문에 재능을 인정받을 것 같아. 아이도 그것을 원해. 책 붙들고 있는 것을 영 따분해 하거든."
"걱정 마. 잘 될 거야. 내가 알기로도 입학 사정관 제도는 수능이나 내신 같은 객관적인 점수는 최소화하는 반영하고, '이 학생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가?'하는 주관적인 판단에 많은 비중을 둔대. 그렇기에 입학 사정관 전형은 수능처럼 우수학생은 곧바로 대학입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거지."
입학 사정관 전형을 둘러싸고 당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입학 사정관 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말 이 제도에 따르면 사교육을 안 받아도 되는지, 학교나 지역 차이가 없이 공정한 잣대로 우리 아이의 잠재능력을 다면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제도를 면면히 들여다보면 그와 같은 궁금증을 갖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우수한 수능성적이 곧바로 대학입학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 자체에서는 그 학생이 받은 학교 교육의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절치부심하며 수능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라면 현행 수능시험제도는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까.
입학 사정관 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하지만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진작코자하는 입학 사정제도 하에서 우리 학생들은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비교과 영역, 즉 방과 후 특별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통하여 다양한 성장 배경을 바탕으로 잠재적 능력을 발현해야한다. 더불어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학생, 학부모의 사고의 전환과 적극적인 호응도 필수가 된다.
이에 대해 한양대 김종량 총장은 입시 사정관제도 인터뷰에서 "그렇다고 해서 입시 사정관 전형에 있어서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하는 것은 오해다. 입학 사정관 전형에서는 교과 성적도 예전같이 중요하다. 그러나 평소 학생들이 얼마나 학교생활에 충실했는지를 먼저 챙겨 볼 것이며, 이후에 학생들의 잠재력과 문제 해결력 등을 볼 것이다"고 밝혔다.
또 포스텍 백성기 총장은 "포스텍은 7,8년 전부터 심층면접을 도입했다. 그동안 면접기법에 대한 신뢰할 정도의 노하우가 축척됐다. 그래서 포스텍은 올해부터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 사정관제도로 뽑는다"고 전면적인 입학 사정관 전형을 시행한다고 확약하고 있다.
이로 보아 입학 사정관 전형은 현행 입시제도에서의 교과 영역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을 중요시한다는 결론이다. 또한 시험성적보다 학교 교육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느냐, 평소 사고의 폭을 얼마나 넓혔는지가 평가의 잣대가 된다.
그러나 학교 교과 활동과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보면 또 다른 사교육 열풍이 불지 않을까. 더구나 잠재된 재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이 제도에서는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비교과 영역에 대한 새로운 입시 처방전이 생겨나지 않을까.
올해 친구의 딸내미는 입학 사정관 전형에서 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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